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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산책] 나 홀로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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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산책] 나 홀로 집에
  • 김봉희 시인
  • 승인 2026.11.0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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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놀러 오지 않는
나 홀로 빈 집
베란다 한쪽으로
석양빛이 잠시 기웃거리자
거실 바닥에 저승꽃의 문양이 새겨진다

깊고 어두운 내 방에서
살짝 문을 열고 훔쳐보는
식물의 기억

그를 향해 빼곡히 고개를 뻗던…

그랬었다
청춘의 한나절
당신을 향해 내 生의 전부가 그리로 기울던…

 

 


시평《詩評》

김봉희 시인의 시집 『빙하기에 찾아 온 손님』을 머리맡에 두고 밤을 보낸 적이 있다. 밤 깊은 시간에 김시인을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이면에 깃든 묘한 신비감과 함께 그녀의 고독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였다. 삼인칭 당신이란 그리움으로 길어진 시간을 뒤척이며 오랫동안 사색하고 번민한 문장이 심쿵한다. 함축으로 빚어낸 그녀의 시는 아리면서도 고혹적인 데가 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날 때부터 그녀의 분위기는 온통 시밭이었다. 언제부턴가 그녀가 내 안에 깊숙이 들어서 있는 것은 그녀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시의 몸짓이기 때문이었다. 문학행사가 있어 분주할 때 조심스럽게 조용히 다가와서 기대어 주는 그녀의 속정을 나는 사랑한다. 알 수 없는 오해로 손가락질을 받을 때 그녀는 곁에서 끝까지 잊지 못할 믿음을 굳게 주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시 만났다. 돌고 돌아 십여 년이 흐른 후에. 말하지 않아도 마음 속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친숙한 느낌으로 그녀는 아직도 내 곁에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면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것처럼 내 안에 부끄러움이 있다. 관심과 친절이 너무 고마워 움찔하기도 했다. 

어느 날 문득 그녀가 홀로 있을 때는 무얼 하나 궁금한 적이 있었다. 무한히 조용하고 부드러운 여인, 사색적 모습이 같은 동종의 모습으로 생각났을까. 그런 그녀가 이번 시에서는 우연히 발견한 석양의 그림자를 겨냥했다. 저승꽃은 이름보다는 달리 유난히 색이 곱고 화려하다. 모양도 특이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아마도 청춘의 한나절 빼곡히 고개를 뻗던 아찔한 기억을 저승꽃의 문양에 빗대어 끌어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생의 진한 기울기였던 말로 표현 다 못할 아픈 사랑 같은 것, 아니면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마지막 같의 뜨거움에 차라리 말없음표로 시의맺음을 장식하는 그녀만의 시! 감상의 여운이 길다.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김봉희 시인
김봉희 시인

약력

2008년 <자유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
문학과 비평 작가회 회원
경기 문학인협회 회원

<문학과 비평> 작품상 수상
경기 문학인 대상 수상

개인시집 : <비(悲)요일>
<무(無)요일>
<빙하기에 찾아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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