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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아름다운 사람 해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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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아름다운 사람 해이수
  • 이명주 수필가
  • 승인 2022.01.1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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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만난 건 온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호흡기질병인 코로나시국 때문이었다. 대면수업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는 Zoom 강의가 끝날 쯤에 지도교수님과 인연 있는 작가의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수업에 그 책의 작가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고추의 매운맛처럼 공부의 강한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

 그 작가의 말처럼 “모든 글은 결국은 비빔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결국은 그 재료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작품이 되는 것이다. 해이수작가는 잘 우는 남자다. 내가 그리워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아주 오래전에 아는 여자에게 어디 잘 우는 남자 없을까? 하고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참 오랜만에 불현 듯 내가 찾던 사람을 생각지도 못한 책 속에서 만났다. 그 남자는 만져지지도 않은 실체로 책 속에서 여러 이유를 달고서 울고 또 울었다. 내가 참고 살았던 울음을 대신 울어주고 있었다. 그랬으니 단순한 나는 그 남자가 단숨에 좋아졌다.

 위험하든 그 반대이든, 항상 머릿속에 폭죽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작가이다. ‘서른일곱에서 스물 두 살을 베어낸 열 다섯 살’의 마음으로 놀라고 감동하고 천진하고 나처럼 강박관념에서 기록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기만 하는 작가. 해이수만의 문장을 끌고 가는 맛과 멋의 끌림에 홀릭 되었다. 며칠 전에 수원 신풍동 뒷골목에서 만난 찻집이름이 하필이면 <홀릭>이었다. 글을 쓸 때 “손을 휘 젓는 비빔밥 퍼포먼스를 하다가 곧잘 뒤를 홱 돌아보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작가 해이수. 나는 찻집에 앉아서나 후미진 길모퉁이를 돌면서 갑자기 쓸쓸해져서 그 작가를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작가가 만들어내는 문장의 꿈틀거림, 달팽이가 진흙위에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기하학무늬처럼 나는 그만의 문장에 빠져버렸다.

 책의 중간에서

“제발, 두리번거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두세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마음을 두어야 그 곳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어요. 마음을 두어야 피가 돌고 그 곳에서 꽃이 피는 거예요.”

아하 맞아, 꽃이 피는 꽃이 피어나는 곳에 온전히 마음을 두어야 그 곳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폭죽처럼 내 머릿속에서 터지는 문장의 읽힘이 놀라웠다. 그리고

“풍성한 인생은 긴장과 이완의 길항 속에서 얻어진다. 당신을 때로 소름끼치게 만들고 울게 만들고 간절히 기도하게 만들고 밤을 새워 뒤척이게 만드는 공포가 있다면 그것은 감사한 일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발걸음을 떼게 하는 그것을 우리는 위대한 ‘공포’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나는 생각했다. 해이수는 잘 우는 참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닮은 글도 착했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였다. 음지에 드는 햇볕처럼 따뜻했다. 잘 울고 착한 남자가 써 내려간 글은 그래서 따뜻했다. 그 남자가 잠시 머물렀던 지심도의 바닷물처럼 평화롭고 조용하고 은근하고 신비로웠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행복했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모국어의 조합들이 비유들이 은유들이 참 좋았다. “겨울바람속의 봄바람, 낮과 등을 맞댄 밤, 울음이 섞인 웃음, 평안에 도사린 불안, 사랑에서 발아한 증오, 찰나에 깃든 영원, 죽음을 끌어안은 삶”.....끝도 없이 이어지는 빛나는 언어의 조합들이 참 좋았다. 그리고 시선을 어디에 둘까 늘 고민한다는 해이수작가는 시선이 두는 쪽으로 삶이 스며든다고 했다. 그 시선이 어느 쪽이든 작가는 운명적으로 그 시선이 닿는 곳에서 글을 시작할 것이다.

 “겨울과 봄의 틈에서 ‘당신의 해이수로 부터”로 마무리되는 짧은 편지글은 참 오랜만에 마음이 무장 해제되는 이완을 느꼈다.“ 겨울 강을 건너는 그대에게”...“모든 존재는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세상의 중심이면서 변방의 끝”이라는 말도 적어보다. 「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당신의 책을 덮으면서 난 생각한다. 당신은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글쟁이,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첫 장을 열고 싶어지는 책 「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이명주 수필가
이명주 수필가

약력

경북 상주출생.

상주여중, 수원여고 졸업.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졸업

2002년<한국문인>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수필회원으로 활동중

백봉문학상.경기수필작품상.

수필집 「먼길돌아온 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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