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연의 법고창신] 강 한복판서 배를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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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연의 법고창신] 강 한복판서 배를 고친다?
  • 유나연의 법고창신
  • 승인 2020.10.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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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오랜 불황의 그늘이 짙다. 증가하는 청년실업 등이 단적 사례이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과잉경쟁, 기술력 부재, 차입경영,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국제경쟁력이 처지는 사업을 축소 정리하고 빚을 줄이며, 전문화로 기술력을 키워야 우리 경제의 활로가 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그런데도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단기 부동자금이 1200조원으로 사상 최대라고 한다.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떠도는 돈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안팎인 것은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금이 선순환해야 하는데, 이렇게 투자처를 찾지 못해 ‘유랑’해서는 여러 부작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주 입장에서 자금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투자자 등으로부터 ‘수탁’된 자금 등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운용해야 함은 상식이다.

‘서경’에 “걱정이 없을 때 미리 경계해 법도를 잃지 말고(儆戒無虞 罔失法度) 편안히 놀지 말며 즐거움에 지나치지 빠지지 말라.(罔遊于逸 罔淫于樂)”고 경책한 바를 되새기에 한다. 곧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느냐가 의미 있다는 풀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잠재성장률 회복 등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하겠다.

투자 활성화와 고용 유연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 노조가 힘을 합할 때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이 요청된다. 지금까지 노동법은 성역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4차산업 전환 과정이기 때문에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경제가 4차산업 구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근로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과거 제조업 시대의 경직된 노동법과 노사관계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사실 한국은 노동 후진국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141개국 중 13위였지만 임금결정 유연성은 84위, 고용·해고 관행과 노사협력은 각각 102위, 130위였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틈날 때마다 우리나라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권고해 왔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금은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포용할 때”라며 노동개혁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노동 정책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까지 추진한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노동개혁 없이는 경제성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4차산업 시대에 낙오하지 말란 법이 없다.

원나라 때 잡극작가 관한경(關漢卿)은 ‘구풍진(救風塵)’이라는 잡극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배가 강의 한복판에 다다른 뒤에야 물이 새는 것을 고치려 한다면 이미 늦는다.(船到江心補漏遲)”/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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