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승미교수

“몸이 붓는 것 같은데 임신중독증 아닐까요?
혈압이 좀 높은 것 같은데…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흔히 받게 되는 질문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증상 및 징후일 수도 있지만, 산모의 부종, 혈압 상승, 두통 등의 증상은 임신중독증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산전 관리를 받을 때 기형아 검사, 정밀초음파, 임신성 당뇨 검사 등 임신 주수에 따라 시행하는 정기적 검사 외에,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병원에서 체크해야 하는 사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산모의 혈압과 체중입니다. 더불어 가능하면 단백뇨 검출 여부도 자주 체크하게 되며, 이는 모두 임신중독증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들입니다.
임신중독증이란
임신중독증은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 질환 중 하나로, 증세가 심한 경우 산모 및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 질환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 전에는 정상 혈압이었던 임신부가 임신 후반기에 다른 증상 없이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에 진단합니다.
자간전증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임신기간 중 혈압 상승과 함께 단백뇨가 검출되거나 혈소판 감소증, 신장 기능 악화, 간 기능 이상, 뇌 증상 (두통, 시야 흐림, 경련), 폐부종 등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두통과 상복부 통증 및 시야 흐림은 경련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편, 임신중독증은 그 심한 정도에 따라 비중증 임신중독증과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구분하는데,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는 자간증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높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관찰과 처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분만할 때까지 입원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자간증
자간전증이 있는 임신부가 전신 경련이나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만성 고혈압
임신 전부터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중복자간전증
만성 고혈압 산모에서 자간전증이 발생하는 경우에 진단됩니다.
임신중독증 증상
“일주일 사이 붓거나 급격한 체중 증가 현상이 보인다면 병원에 내원하세요”
임신중독증은 대개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정기 검진 중 갑자기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임신중독증의 증상으로는 부종이 있는데, 부종이 심한 경우 갑작스럽게 체중이 늘면서 얼굴과 손이 붓고 발목에 부종이 가라앉지 않기도 합니다. 부종 자체는 정상적인 임신부에서도 임신 후반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증상이긴 하지만, 부종이 갑자기 발생한 경우 병원을 방문하여 혈압을 측정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임신중독증이 심해지면,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두통, 시야 흐림, 상복부 통증 등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경련의 전조 증상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증상입니다. 심한 경우 신장 기능의 악화로 인한 소변 양 감소 및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주일간 체중이 약 1kg (2 pound) 이상 증가하거나 부종, 두통, 시야장애 등의 증상 있을 시에는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여 의사와 상담 및 검사가 필요하며, 이 때 고혈압이 확인되면 산부인과 의사는 입원을 권유하게 됩니다.
임신중독증 원인
임신중독증의 원인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원인 또한 무척이나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태반의 착상 과정의 문제로 태반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원인이며, 이것이 이차적으로 산모와 태아의 혈관에 손상을 입혀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자간증 발생의 위험요인으로는 초산부 (첫 임신인 경우), 유전적 소인, 비만, 다태아 임신, 대사증후군을 가진 산모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중독증 치료
임신중독증이 진단되면, 입원하여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됩니다. 입원 후에는 자주 혈압을 측정하고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중증도를 판별합니다. 또한 두통이나 시야장애, 상복부 통증 등의 산모의 증상을 평가하고,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한 태아 안녕 평가 검사를 진행합니다.
중증도가 심한 경우 발작을 동반하는 자간증 예방을 위해 항경련제 투약을 시작할 수 있으며 발작을 동반하는 자간증의 경우 즉시 분만이 필요합니다.
임신중독증 예방
모든 임신부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는 뚜렷한 방법은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염식이
매우 오래전부터 과연 저염식이가 임신중독증을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아직까지의 결론은 임신중독증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비만 및 대사증후군 등이 알려져 있으므로 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건강한 임신유지를 위해서도 저염식이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적절한 운동
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한 신체적 활동의 효과에 대해 몇 가지 연구가 진행되었고 운동이 전자간증의 위험을 감소시켜 준다는 일부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은 산모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운동의 강도와 시간 등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임신 중 적절한 체중 증가
비만은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거대아 및 다른 임신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임신 중 적절한 체중관리는 필수입니다. 임신 중 적절한 체중증가는 임신 전의 체질량지수(=체중(kg)/(키x키)(m2))에 따라 권고하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에서는 임신 중 총 몸무게 증가량을 13-18kg, BMI가 18.5-24.9인 정상 체중에서는 11.5-15kg, BMI가 25.0-29.9인 과체중에서는 7-11.5kg, BMI가 30이상인 비만에서는 5-9kg로 제한하도록 권고되고 있습니다.
항산화제 복용
항산화제로서 비타민 C, D, E 등의 복용이 전자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연구 보고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많아, 아직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씀드리기에는 대규모 연구가 부족합니다.
고위험군 산모에서의 저용량 아스피린의 사용
이전에 임신중독증으로 조산한 경우 등 일부 고위험군 임신부들에게는 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의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에 임신중독증의 경험이 있는 임신부의 경우에는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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