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최호천

진료상담 중에 하루 8시간 운동을 한다고 설문지에 답을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직업이 운동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하루 8시간 운동은 쉽지가 않아서, 질문을 했습니다.
의사: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내담자:"네, 평소에 계속 하는 편입니다"
의사: "아, 그럼 운동 선수이신가요?
어떤 운동을 주로 하시나요?"
내담자: "운동 선수는 아니고요,
제가 매일 걸어 다니면서 운동을 하거든요"
의사: "아니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내담자: "아, 제 직업이 우편배달을 하는 집배원입니다."
이 대화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의사가 질문하는 '운동'과 환자가 답변하는 '운동'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환자가 생각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닌 신체활동'을 의미합니다.
'운동'과 '신체활동'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용어입니다. 그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두 쌍의 그림 중에서 어떤 것이 신체활동이고 어떤 것이 운동 일까요?
신체활동은 '골격근의 수축으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몸의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먹고 자고 쉬고 말하고 놀고 돌아다니는 모든 활동이 바로 신체활동입니다.
운동은 '신체활동의 한 종류로서 계획적이고 구조화 되어있는 반복적인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체중조절(계획)을 위하여 뛰기(양팔과 다리를 특정 방식으로 구조적으로 움직이는 것)를 일정 시간을 반복하면 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운동은 신체자극을 지속적으로 주게 되므로 비운동성 신체활동에 비하여 우리 몸을 더 자극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그림 중에서 운동은 A-1, B-1이고 신체활동은 A-2, B-2 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운동은 A-1, B-1 이지만, 신체활동은 A-1, A-2, B-1, B-2를 모두 포함합니다.
신체활동의 한 영역 중에서 운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신체활동에는 운동성 신체활동이 있고 비운동성 신체활동이 있는 것입니다. 모든 신체활동을 하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게 되는데, 운동성 신체활동을 통한 에너지 소비를 EAT(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라고 하고 비운동성 신체활동을 통한 에너지 소비를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라고 합니다.
위의 그림을 자세히 분석하자면 모두 신체활동이지만 A-1은 EAT(달리기, 운동성 신체활동)이고 A-2는 NEAT(달리기 우편 배달, 비운동성 신체활동) 이고 같은 방식으로 B-1은 EAT(걷기)이고 B-2는 NEAT(자전거 우편 배달) 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인 건강 측면에서 운동성 신체활동(EAT)보다는 비운동성 신체활동(NEAT)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운동은 하루에 많이 해도 1-2시간이지만 NEAT는 하루 15시간 이상 지속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NEAT를 조절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사성 성인병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NEAT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좌식활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좌식활동 업무가 증가하면서 비만 인구도 함께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EAT와 NEAT가 혼재되어 있어 엄격하게 분류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처럼 따로 운동을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 운동도 비운동도 아닌, 애매한 신체활동(운동 유사 신체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위 사례에서 나온 집배원의 경우 업무차 돌아다니는 활동을 좀더 계획적으로 준비하면 운동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에 하는 신체활동을
운동성(EAT), 비운동성(NEAT), 운동유사 신체활동으로 나누어 보세요.
좀 더 과학적으로 내 몸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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