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대한국 무역수지가 악화되어, FTA를 재협상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가운데 한-미 FTA와 대미 수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유병규)이 지난 10일 발표한 ‘한-미 FTA 제조업 수출효과 재조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는 한-미 FTA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2009년 388억불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증가하여 2016년에는 716억불을 기록하여 2009년 대비 1.84배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에 영향을 주는 다른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FTA 발효 이후 무역의 증가를 단순히 FTA의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일반기계 등 FTA 발효 이후 우리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미국의 대세계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으므로 해당분야에서 우리의 수출증가는 경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저자인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계량경제학적 분석결과 수출 증가와 한-미 FTA의 발효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대한국 수입의 상당부분은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기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 대미 제조업의 수출 성과는 상당부분 경기적 요인에 기인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은 FTA 발효 후 92억 달러 증가하여, 제조업 전체 증가분 179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동기간 미국의 대세계 자동차 수입 또한 791억 증가,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4%에서 7.2%로 1.8%p 증가하는데 그쳤다.
일반기계(23억 달러), 철강(17억 달러), 기타제조업(20억 달러) 등도 큰 폭으로 수출이 증가했으나 일반기계 역시 미국의 대세계 수입이 급증, 한국의 비중은 발효 이전(3.6%) 대비 0.5%p 증가했다.
즉, 자동차와 일반기계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수입수요가 증가한 것이 대한국 수입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 미국의 관세인하와 우리 수출증가의 상관관계도 크지 않음.
미국의 대한국 관세율은 2012년 FTA 발효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 2016년 제조업 평균 관세율은 0.4%를 기록했다. 미국이 FTA 특혜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한국 관세율은 2016년 기준 1.7%에 불과했으며, 이는 미국은 이미 WTO를 통해 제조업 분야의 관세를 상당분야 제거했기 때문으로 유추가능 하다.
특히 철강과 기타제조업은 FTA 미상정시에도 대한국 관세율 수준이 각각 0.6%와 0.3%에 불과하고 일반기계 역시 동 수치가 2%를 초과하지 않아 FTA의 관세인하 효과가 대한국 수입 증가를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의 경우 2016년에 대부분의 관세인하가 이루어졌으므로 2015년까지의 수출은 관세인하의 영향과 거리가 있다.
자동차 산업 내에서는 한국지엠 및 르노삼성의 수출이 `11년 대비 `16년 28만대 증가하여 동기간 10만대 증가한데 그친 현대·기아와 대비를 이루며, 수출증가시점은 관세인하시점인 2016년에 선행됐다.
계량경제학적 분석 또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FTA와 우리 수출의 상관관계가 미미함을 지지하고 있다.
□ 정책적 시사점
미국이 문제 삼는 대한국 무역적자가 FTA 발효 이후 제조업의 수출증가에 기인하는 것은 사실이나, FTA의 관세 인하가 우리 제조업의 수출을 견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대세계 수입이 증가하는 등 경기적 요인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수출증가 업종의 실제 관세인하폭이 크지 않아 관세인하가 대미 수출을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계량경제학적 분석 결과 역시 산업별 관세인하와 대한국 수입 증가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지하고 있으며 FTA 발효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한국과의 교역이 일자리를 감소시키기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음을 들어 미국에 통상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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