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 74세 여성이 무릎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한 후 체중 감량을 의뢰했습니다. 환자는 체중을 빼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먹는 양을 반 이하로 줄이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고, 식은 땀과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낮잠을 자야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떨어졌습니다. ”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살을 빼는 방법은 차이가 있습니다. 젊은이의 체중감량은 힘이 충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대신 할 다른 즐거움과 보상을 찾게 되면 성공하기 쉽습니다. 즉 옷 사이즈가 주는 것, 체중계 무게가 주는 것, 주변의 칭찬 등이 그 대표적인 보상법입니다.
반면 60-70대 여성은 식욕이 좋아 많이 드시는 경우는 드물고, 질병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이고자 체중 감량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동기는 충분한데, 대중 매체에 나오는 젊은이들의 체중 감량법을 적용하면 오히려 체력이 떨어져 대상포진과 같은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거나, 장기를 손상시키게 됩니다.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인해
몸 속 장기가 노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1원칙”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에 따른 정상적인 몸의 반응은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어 조금 우울한 느낌은 있지만, 컨디션은 조금씩 나아지고 몸이 가벼워져야 합니다. 하지만 중년 이후 먹는 것을 줄여 체력이 떨어지면 기운이 떨어져 눕고 자게 되며, 소모한 지방을 보충하려는 몸의 반응이 강해져 오히려 몸 속에 지방이 축적되고 뱃살이 느는 경우가 생긴다. 즉 먹는 것을 줄여,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장기가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피곤해져 정신이 멍하거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년 이후 체중 감량시는 저울의 눈금보다 눈으로 보기 좋을 정도로 체중 감량을 해 갑작스레 무리한 체중 감량법을 적용하여 몸 속 장기가 노화되지 않도록 하는 제 1 원칙입니다. 즉 식사량을 줄이더라도, 아침 식사는 가급적 줄이지 않고, 점심 1/4 감량, 저녁 1/3 감량 선에서 식사 조절을 하며, 유산소 운동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근력 운동을 시행해 근육의 힘을 유지해 주면서 먹는 양이 줄어 힘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주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결과적으로 일과를 마친 후에도 10% 정도는 힘이 남는 상태가 되어야 다음 날 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고, 몸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분께는 식사량을 조절하지 말고, 30분 빨리 걷기와 어깨 돌리기 같은 공원에 있는 상체 강화운동을 500 번까지 하도록 활동량을 늘일 수 있도록 권유했습니다. 4 주후 환자는 눈매가 또렷해져서 상체 운동을 1000번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랑하셨습니다.
중년 이후 체중감량은 무리한 절식이 아니라 움직임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폭식을 막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뱃살 빼기 전략도 나이에 따라 차별화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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