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 교수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A씨는 언제부턴가 한 쪽 귀에 물이 찬 듯 먹먹하고 목에 종물이 만져지며, 가끔 코를 풀 때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이 있어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습니다.
가벼운 감기증세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뜻밖에도 정밀검사를 권유했습니다. 코 내시경 검사와 비인두내시경 검사 결과 비인두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조직검사를 통해 비인두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는 방사선치료를 권유받았고 지금은 깨끗하게 치료되어 추적검사만 하고 있습니다. 요즘 극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30대 초반 한 청년의 삶을 뒤흔든 이 비인두암은 어떤 질병일까요?
▶ 비인두 암은 흔히 말해 코암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비인두는 뇌기저에서 연구개까지 이어지는 인두의 가장 윗 부분으로 비강(콧구멍)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합니다. 인두는 비인두, 구인두, 하인두로 나뉘는데 이 중 비인두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비인두암이라고 합니다. 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암 중 하나입니다.
비인두 암은 대부분은 Ebstein Barr virus(EBV)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춘기 청년층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급성 인두염인 전염단핵구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이 매우 흔하게 감염되는 바이러스 중의 하나로 미국인의 약 95%가 이미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EB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비인두암은 한국인들에게 일반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암의 종류도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10만명 당 5명 꼴로 발병할 만큼 희귀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 남부 지방에서 30배에 가까운 발병률을 보이고 있고 이민 간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높은 발병률을 보여 인종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유전적 요인이 보고되기도 했으나 미국으로 이민 간 중국인 2세에서는 발병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환경, 음식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에는 분진/매연/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코의 염증, 불결한 위생 환경, 비인두의 환기 저하, 소금으로 절인 음식물에 들어있는 나트로사민과 음식물을 가열할 때 발생하는 다환 탄화수소의 노출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음주와 흡연, 비타민 결핍 등도 비인두암 발병을 높이는 요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라서 아직 발생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 비인두암의 증상은 코피?
비인두암이 발생하는 비인두는 중이 및 뇌기저부와 연결되어 있어 코의 증상 뿐 아니라 귀의 증상, 뇌신경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초기증상으로는 비인두의 해부학적인 위치가 이관과 가깝게 있어서 귀에 물이 찬 것처럼 먹먹하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인에서 양쪽 귀가 모두 막히는 것이 아니라 좌우 어느 한 쪽 귀만 막히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귀 검사와 함께 비인두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코의 출혈은 코피가 흐르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 코를 풀었을 때 피가 섞여 나오는 현상이 한쪽 귀만 지속적으로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과 동반될 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목에 만져지는 혹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 비인두암의 림프절 전이 소견으로 진단되는 경우입니다. 비인두암은 경부 림프절 전이를 잘 일으키며, 비인두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비인두의 해부학적 위치가 뇌기저 부위라서 근처에 인접해 있는 뇌신경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암이 뇌신경을 압박하거나 직접 침투하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 중 외전신경에 장애가 생기면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삼차신경이 압박되거나 침범당하면 얼굴 한 쪽이 쑤시고 아픈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비인두암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비인두암 진단은 조직검사?
비인두암의 진단은 코 내시경과 비인두내시경 검사로 시작됩니다. 비인두내시경을 통해 종양이 발견된다면 비인두내시경을 이용, 일부 조직을 적출하여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비인두암을 진단합니다. 비인두암으로 진단되었다면 컴퓨터 단층촬영인 CT검사 및 MRI검사를 통해 국소 침범부위를 진단합니다. 전신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이 유용하게 많이 사용됩니다. EBV바이러스와 비인두암의 관련성에 근거하여 EBV바이러스에 대한 혈액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비인두암은 수술이 불가능한가요?
비인두암은 해부학적으로 수술적 접근이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비인두암은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치료로 주로 방사선 요법이 행해집니다.
1) 방사선 치료
비인두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요법은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 및 세기변조 방사선 치료가 행해지며 이를 통해 암이 발생한 부위에 좀 더 많은 방사선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뇌간, 척수 등을 보호하면서 이하선이나 하악골 등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효율적인 방사선치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2) 수술적 치료
비인두암이라고 해서 수술적 치료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인두암이 발생하는 부위는 앞에서 말했듯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이고 방사선 치료의 경과가 비교적 좋은 암이지만 재발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방사선요법이 불가능 하거나 방사선 요법 후에도 재발한 경우 그 부위가 작고 제한적이라면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항암제 치료
진행된 비인두암의 경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방사선치료와 병행하여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합니다.
▶ 비인두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예방법이라기 보다는 보다 나은 치료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조기발견이 최선입니다. 지속적으로 생기는 한쪽 코 막힘, 귀 먹먹함(이충만감), 경부의 종괴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코 내시경과 비인두내시경검사를 시행하고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암의 국소침범이나 전신전이가 이루어지기 전에 치료하여 치료결과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인두암의 발생이 EBV바이러스 및 불경한 위생이나 음식 등과도 연과되었을 가능성이 보고 되고 있어 평소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비인두암 치료 후는?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침 분비가 잘 되지 않는 구강 건조증과 미각 상실, 이관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인두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 부위가 구강쪽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수분섭취와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코내시경과 비인두내시경검사를 통해서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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