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에 바탕을 둔 야자폐지 사실상 속빈강정

경기도교육청의 2016년 시작은 요란했다. 전년에 시작한 9시 등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자체평가를 하면서 2016년도 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됐다. 그러나 2016년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책들 중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야간자율학습폐지(이하 야자폐지)’는 철저하게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정책결정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아자폐지’의 바탕이 되었던 사상은 ‘학생인권조례’였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1년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주도로 만들어진 일종의 학생인권에 대한 헌장 성격을 띠는 조례다. 이 조례의 목적을 보면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폐지는 진행되었다.
그러나 교육청이 야자폐지에 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교육당국과 학부모들 간의 소통은 없었다. 교육주체인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는 부모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누적되어 왔다.
또한 ‘야자폐지’이후 야자시간을 대신할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문제도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제기하면서 야자폐지는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심각한 논란도 가져 왔다. 통상 학생들은 오후 4시에서부터 6시까지 학교의 수업을 마치고 나서 집 또는 학원 갈 것인지 아니면 학교에 남아서 공부할 것인지(야간자율학습)를 결정하게 된다.
같은 시각, 맞벌이 부부의 경우 특히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집에 있을 수 없는 부모들의 다수는 자녀들을 학원으로 보내거나 야간자율학습을 하기를 원한다. 학원과 야자가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기능이외에 가지고 있는 부가기능 즉 학생들을 안전하게 붙잡아 두고 있다는 기능 때문에 야자폐지를 원하지 않는 부모가 다수 이었다.
또 다른 부모의 형태는 학원을 보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이 남아 공부해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야자폐지를 원하는 부모보다 많다는 것이다. 부모의 가정 형편이 넉넉한 경우라면 학교의 정규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피아노, 발레, 스케이트, 골프, 야구’등을 가르치는 고가의 교육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보내기 원하지만 이런 부모들은 전체 부모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기도교육청이 야자폐지를 강행하자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야자폐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로 넘어왔으며 교육위원회회는 야자폐지의 대안을 주문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야자를 폐지하면서 학생들의 수시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예비대학을 운영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6월부터 밝힌 예비대학의 개요는 야자를 폐지하고 입시를 앞둔 경기도교육청 관내의 학생들이 경기도교육청과 MOU를 맺은 대학에 일주일에 한번 등교해 미리 대학교육을 받아본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정시보다 수시의 비율이 높은 요즘의 입시 추세에 맞춰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미리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이 밝힌 내용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주장이었으며 교육위원회와의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경기도교육청과 MOU를 맺은 대학의 야간수업을 받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원거리 대학 통학비용, 대학 인근의 미성년 출입금지 업소의 난립 등 미성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조치에 대해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일방적 주장이었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서울 안에 있는 대학들의 경우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의 숫자가 충분하고 안전사고의 책임 위험을 무릅쓰고 경기도교육청이 보내주는 학생들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MOU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반면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방 대학의 경우 갈수록 고갈되는 학생들의 자원을 받기위해서 경기도교육청과의 예비대학 MOU에 적극적인 편이다. 이런 재정적 문제까지 확대되자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이 요구하는 2017년 예비대학 운영예산 61억을 31억 수준으로 삭감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여전히 경기도 예비대학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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