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많아
웃지 않았다
말이 적어
심심했다
말이 빨라
정신이 없었다
말이 느려
속이 터졌다
말이 거칠어
무서웠다
말에 힘이 없어
답답하다
말이 맛이 없어
투덜거렸다
내 말이 떠올랐다
내 말은 가시였다
가시 자라게 한 마음
핀셋으로 뽑아 버렸다
침묵의 강이
오랜 시간 말을 삼켰다
시평(詩評)
‘말의 성찬’이란 제목으로 홍경님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썼다.
“말은 사람의 생각을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이다. 말은 소리와 그것이 나타내는 뜻 (개념)의 양면을 지닌 기호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람은 말을 할 수 있으며, 말은 음운체계나 문법체계 등이 잘 발달되어 있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소리로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재료가 된다. 말의 특징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인데, 일반적으로 말의 접촉 결과는 단어의 차용으로 나타난다. 말을 적는 시각적 기호인 글은 말의 표현이 더욱 정확하고 세련되게 된 것이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에 나온 말에 대한 정의이다. 시인은 이런 말에 대한 개념에 근거하여 시인의 생각과 표현으로 다듬어 시를 배출해 냈다. 말의 많고 적음에 대한 생각의 표현, 느리고 거칠고 힘이 없어 잘 표현되지 못하는 말에 대한 생각을 시로써 간결하게 표현해 냈다. 또한 그 맛이 없는 말을 투덜거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 핀셋으로 뽑아 버린다는 것은 대단한 시적 확장이다. 그러다 결국은 침묵의 강에 빠져 버려 흔들릴 때도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말이 주변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아 힘들 때가 많다. 차라리 침묵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이 세상에 말없음으로 마음의 뜻을 다 전달할 수 있으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는 시인이야말로 말을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이리라. 「말의 성찬」이 내포하는 큰 뜻을 음미하며 이 기회에 말에 대한 정의를 탐색하며 홍경님시인의 시를 접하면 좋을 것 같다.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약력
2024년 『문학과 비평』 시부문 신인상 수상
『아주문학』 회원
『문학과 비평』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