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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느 날의 강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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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느 날의 강물소리
  • 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경기문학인협회장/수원예총부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 승인 2025.06.13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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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경기문학인협회장/수원예총부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경기문학인협회장/수원예총부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밤새 강물 소리를 들었다. 
어디론가 길이 나고 있는 기별인가 싶어 마음의 촉수를 뻗는다.
막혀 있는 시간의 답답함, 찝찝한 일상의 껍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너무나 강열해서 수시로 솟구치고 있다. 강물도 그런가 보다. 
 남들이 자고 있는 순간에도 더듬이를 깨워 주위를 살핀다. 쿨렁쿨렁 흘러가고 있는 그 느린 보폭이 귓전을 어지럽히니 그 교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밤의 강물은 깊고 어두웠지만 신비롭게도 그 속에는 억 만 개의 눈빛들이 반짝인다. 어떤 눈빛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영롱하게 빛을 발하지만 어떤 눈빛은 힘없이 먼발치에서 조용히 사멸해 간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에서 일어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는데 근원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것 보다는 무심한 쪽으로 뻔뻔하게 외면했다. 

 가끔 강물의 신음 같은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는데 잘 못 들은 것으로 치부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간헐적인 그 소리는 애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저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고 억지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변명이라면 중요하지도 않은 어떤 일에 꽂혀서 몇 년을 허우적대고 있었으니 강물소리가 들리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라고, 어쩌면 밖에서 나는 전기 돌아가는 소리를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억지로 잠을 청했었다.

 이날 강물소리는 좀 더 진하고 세졌다. 그동안 참고 있었던 신호를 무시하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났는지 바다의 밀, 썰물처럼 쏴아쏴아 귓전을 제대로 때리며 수 없이 부서져 갔다.
 어디론가 길이 나기 시작하며 수많은 더듬이들이 허공을 차고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허기에 지쳐 먹을 것을 찾는 고양이들의 분주한 발걸음처럼. 

 이번에는 좀 더 자세히 강물의 신호를 채득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좀 더 내려 앉히고 고요와 명상에 의지하기로 했다.

 바로 얼마 전 지인 몇 명과 함께 얼마나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시간의 떨켜들을 붙잡고 논쟁에 머물렀던가. 그럴 때면 분명 하나가 아니고 둘이 뭉치는 것이다. 그 일은 아주 의미가 있다. 하나의 힘이 둘로 합쳐짐으로 힘은 배가 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얼마를 가다가 누군가 나타나서 뭉치려고 한다. 셋이 되면 미묘한 일도 벌어지지만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연습을 하면 재미가 있다. 분명히 둘 보다는 엄청나게 큰 힘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강물소리가 들리는 길을 찾다가 마음의 옷을 단단히 제대로 골라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들이 걸린 어떤 방으로 들어간다. 하나에서 둘이 그리고 셋이 되어 옷을 고른다. 서로 다른 생각의 옷이 걸쳐진다, 고르고 내리기를 얼마간 하다 보면 마음의 봉지 속에는 그동안 원했던 잠재의 스타일이 담겨진다. 그제서야 셋은 안도의 숨을 내 쉬며 아듀를 고한다. 그 것은 길을 찾기 위한 근원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하나보다는 셋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쁘게도 강물소리의 근원을 발견한다. 그것은 합류이고 다정함이고 같은 감각의 뭉침이다. 강물 소리가 들리는 길에서 우리는 의기 투합하며 외쳤다. “다음에 또 만나요.” 그 말은 진정한 셋만의 길이 아니고 여럿이 하나가 되는 길의 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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