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수필향기]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
상태바
[수필향기]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
  • 이명주 수필가
  • 승인 2024.06.05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장 일을 접으면서 우리 부부가 약속한 것은, 동물을 키우지 말자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거나 집을 비우게 될 때, 우리를 구속하는 것의 일체를 두지 않기로 약속했다. 잠시 홀가분했다. 그런데 남은 음식이 문제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마당 구석에 자유로운 영혼들의 양식으로 남겨두었다. 들며 나며 고양이들이 그 음식물을 나눠 먹고 살았다. 그것이 빌미를 준 것 같았다. 이 여자한테 기대어 살면, 한세상 수월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어느 날 회색 고양이는 주방 유리문 밖에서 우리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애절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새끼를 낳아야 하니 이 집에 눌러앉겠다고 언질을 주는 것 같았다. 배가 불룩했다.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그날로 남편은 사료를 구해왔다. 새끼 낳을 때, 그때까지만 우리는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 회색 고양이는, 들며 나는 무리에서 회색 고양이도 섞여 있는 그런 정도의 인연이었다.

이 회색 고양이는 만져달라고 수시로 내게 몸을 들이댄다. 방문을 열게 되면 바람보다 더 빠른 동작으로 침대 밑으로 숨어버린다. 누군가가 반려묘로 키운 것 같다. 고양이가 그런 행동을 할 때면 아주 난감하다. 안전거리 확보하고, 먹이를 해결하지 못해서 울고 있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그 마음이 나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게 그런 요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단호하게 행동으로 보여준다.

회색 고양이의 배가 홀쭉해졌다. 어딘가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사료를 달라고 종종종 뛰어온다. 어미 고양이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은밀한 외출을 끝내고 어린 새끼 두 마리를 사랑채 마루 밑으로 옮겨다 놓았다. 다른 알 수 없는 은밀한 장소에서 몰래 키우다 이제 어미젖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자, 이곳으로 데려온 것 같았다. 그런데 새끼 두 마리가 우리 집 대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상 밖이 아직은 무섭고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어미 고양이가 주방 앞에서 대문 밖에 있는 새끼에게 신호를 보낸다. 들어와도 괜찮다고 자꾸 냥냥거린다. 새끼 두 마리가 까맣다. 아주 이뻤다. 그 새끼의 아비가 까만 고양이었을 것이다. 어찌 그리도 앙증맞은지 금방 무장해제가 된다. 일단 회색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니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난 무심코 사람의 말을 건넨다.

“새끼를 데리고 와서 사료를 먹여야지, 너만 먹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 말이 끝나자 대문 쪽으로 뛰어가더니 다시 새끼를 대문 안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애를 쓴다.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난 어이가 없어서 또 한 번 웃고 말았다. 새끼냥이는 어미의 보호 아래 마루 밑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아예 우리 집을 거주지로 만들고 있다. 어쩜 그리 이쁘게 생겼냐고 혼자 중얼거리는 내 말 때문에 그것 믿고 우리 집에 눌러앉은 것 맞지? 그래서 네 새끼까지 나한테 맡겨놓은 거지? 배만 고프면 시도 때도 없이 냥냥 거리는 회색 고양이 때문에 난 자유를 잃어버린 거, 알고 있을까? 이 불편한 동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색 고양이 말 좀 해봐 봐, 사람의 말 알아듣고 있는 거지?

문제는 고양이가 쥐 사냥을 할 때는 고양이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묵인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쥐가 사람의 시야에서 분명히 사라졌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쥐를 볼 수가 없다. 그 많던 쥐는 어디로 갔을까? 부쩍 개체수가 늘어난 고양이 때문일까 궁금해진다. 이제는 동화 속에서만 나오는 쥐가 되어 버렸다. 반가운 일인 것은 분명한데 먹이사슬이 끊긴 것이다. 문제는 고양이가 쥐를 사냥해서 살아가야 하는데 인간에게 기대어 살면서 개체수만 불리고 있다.

요 며칠 사이에 새끼냥이 두 마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집 안마당 진입에 성공하여 종횡무진 밤낮으로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문제는 그 새끼들도 만만한 여자한테 기대어 우리 집을 거주지로 만들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난 너를 결단코 사랑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는 없다.

이서등 캘리
이서등 캘리

이명주 수필가
이명주 수필가

약력

경북 상주출생.

상주여중. 수원여고 졸업.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한국문인>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수필회원으로 활동중

백봉문학상. 경기수필작품상.

수필집 「먼길 돌아온 손님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