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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휘청거리는 발과 참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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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휘청거리는 발과 참개구리
  • 정명희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 승인 2024.06.0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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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시인, 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 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달빛 기웃거리는 날에는 들길을 간다. 바람이 선하게 불며 마치 연인처럼 볼을 부빈다. 그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놓쳐서 그런지 모든 것이 신기한 오솔길에는 금계국 노란 볼웃음이 한창이고 지나는 길목 메밀전 집에는 하얀 찔레꽃이 붓꽃 뒤에 숨어서 손을 흔든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표정으로 노을이 지면서 암청색 푸른 저녁은 퍼득이는 생선의 지느러미처럼 만만치 않게 주위를 집어 삼킨다. 누군가 켜놓았을 가로등이 서서히 노을의 역할을 대신하며 밝아지기 시작하면 질 새라 서녘으로부터 웅숭깊은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요즈음 부쩍 집 근처 호수가 있는 둘레 길을 걷게 된다. 이십 여 년이 넘게 무엇을 했는가.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며 지나치게 밖으로 밖으로만 돌았던 시간이 이제는 무색한데, 아쉬운 일은 언제부턴가 해야 한다는 건강관리. 핑계처럼 이리 밀고 저리 밀기만 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해마다 지적되는 성인병이 걱정되는 것은 아마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리라. 달라지는 환경에서 보면 건강의 변화는 필연적이었지만 건강자체에 신경 쓴다는 것은 막연한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현실적인 일에만 신경을 썼었다. 미리 그런 걱정은 일찍이 접어버렸던 것 같다. 건강은 무슨, 순리대로 살거야.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한 켠으로 밀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외계인 한 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덧붙여 무거워진 체중과 기억을 놓치는 일상, 더듬거리는 말은 분명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밀어내기만 한 시간들. 너무 큰 산을 정신없이 넘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찾아오는 걱정은 이제 도를 넘었다.

 얼마 전부터 우연히 찾아 온 여백의 시간, 기쁨인지 행운인지 조금은 여유로워져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피운다. 그럭저럭 반년, 몇 번의 시운동 끝에 저녁마다 하는 산책은 습관이 되었고, 다른 일들로 걷지 못하는 날에는 공연한 아쉬움에 전전긍긍 뒤척이기까지 하는 진전이 있었다.

 무의식은 선명한 의식의 방에 가두어 둔 창고 같다.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로 멍해지는 두려움과 무겁게 느끼는 이 상황은 또 무엇인지.

돌이켜보면 근 이십 여 년이나 되었을 여유하나 없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끌어다 붙이면 무릎과 무릎사이에선 단내가 진동할 것이다. 남들은 운동을 위해 걷는다는데 스스로 들길을 걷고 산을 오른 적 한 번이 없었다. 무미한 나날, 거적 같았던 오기로 버틴 지나간 시간은 이유를 답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기만 하다.

들길에선 모두가 한마음이다. 각자의 마음을 내리고 쏟아지는 어둠을 받아서 저마다 안으로 깊고 달콤한 꿈을 꿀 채비를 한다. 풀도 잠자고, 풀밭 사이로 뛰어다니던 풀벌레도 잠자고 하르륵 하품하며 벙글던 꽃잎도 잠을 잔다. 잠을 자는 그 시각에 그 동안에 하지 못한 내 발걸음이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걷는다. 그러나 잘 걸어지지 않는다. 발은 끌려지고 오솔길에 부딪힌다. 자주 걸어내지 못한 탓인지 아주 어색하다. 때로는 옆길로 흔들리며 가다가 주춤거리기도 한다. “곁에 누가 있으면 분명히 걱정할 것이다. 병원이라도 가야하지 않겠어요?”

자박자박 타닥거리는 어색한 발소리에 무논의 개구리들이 왁삭거린다. 어느새 다다른 초여름 못자리판이 난리가 났다. 어리석은 방향전환이 무논의 개구리에게까지 불안을 주었을까. 

문득 얼마 전 해프닝이 생각난다. 발을 디디면 욱신거리고 따끔거리는 것이 심상찮다. 걱정이 앞섰다. 나이가 들어서 발뒤꿈치에도 암이 생겼나 보다.  주물러도 보고 움켜쥐어도 본다, 살살 문지르면 아프지는 않다. 뒤뚱거리며 오솔길도 걷는데 별 통증은 없다. 무심코 일어서면 심하게 아프다. 며칠을 고민하고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발을 들어 슬슬 문질러 보았다. 무언가 따끔거리는 것이 잡힌다. 까만 이것은 무엇일까/ 자세히 보니 큰 가시가 박혀 있었다.  

순간 아직 더 살아야 하나보다. 실없는 웃음이 절로 났다. 달빛아래 휘청거린 일과 개구리들의 걱정 아닌 걱정에 초여름이 한층 더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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