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장단 평야 어디쯤이었으리
일제의 공출에 가마니 짜 대느라
주린 배 졸라가면서 새끼줄을 꼬던 곳
손가락 핏물이 봉선화로 다시 펴도
꽃물 대신 눈물 매단 물 한 사발 들이켜던
내 엄마 유년 시절이 보릿고개 넘던 곳
무상한 세월의 뒤안길 따라서
독개다리 건너며 엄마 고향 그려 보니
빈들의 망초 무리만 바람결에 날리고
어스름 해넘이에 재우치는 귀갓길
마음 길게 세워둔 붉노을 그 너머로
엄마의 보름달 같은 얼굴 둥실 떠오네
2009년 월간 모던포엠 시 등단, 월간문학 시조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
대통령 표창, 수원시 문화상, 수원시 여성상, 경기문학인 대상,
모던포엠문학상, 홍재문학상 수상 외
시집 『오후의 한 때를 바라보다』, 『물의 독백을 적다』
어머니에 대한 속 깊은 마음을 애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적감각으로 표현해낸 시인의 『엄마생각』 시가 오늘따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김순천 시인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듯 그녀의 삶마저도 내밀한 부분까지 성찰하듯 조심스럽게 가꾸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이 일반인들과는 다르다고나 할까요. 무상한 세월 속에서 빈들의 망초 무리만 바람결에 날리는 것이 분명 아닐 테지요. 시인은 붉노을 그 너머 어디쯤엔가 지켜보고 계실 어머니의 보름달 같은 얼굴에 기대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하여 시조 한 수 세상에 절절히 탄생시켰지요. 저절로 우리 가슴에 메이듯 다가오는 시조입니다.
이 시조를 읽다 보면 우리 독자들도 저절로 불러봐지는 엄마가 있지요. 김순천 시인으로 인해 이 세상에는 안 계시지만 우리의 제일 사랑스럽고 좋은 엄마를 무한히 떠올려 봅니다.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