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도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세계이다
그림자 없는 오솔길을 걸으며
우리는 가끔 허공을 응시한다
머리 위에는 소리 없는 깃털들이
출구 없는 소실점을 향하고
발밑을 내려다보며 걷던
가슴이 문득 울고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없는 세계의 가능성을
읽을 수 없어서 일 것이다
꽃 한 송이 지지 않는 세계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단 말인가
그리운 것들은
모두 세상 저편에 있다
시커먼 파도를 타고
출항을 예고하는 뱃고동 소리가
사라지는 수평선에 파랑을 일으키며
이 세상에 없는 사랑을 손짓한다
김소영 시인
55년 경남 진해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과 (문학박사), 미국 UCLA 객원교수 한국T.S.엘리엇학회 회장
시집 『잃어버린 골목길』(2016), 영문시집 Lost Alleys (2020 미국에서 출간)
저술 『T.S. 엘리엇과 F.H. 브래들리 철학』, 『현대영미시산책』 등
2018년 홍재문학상 대상 수상, 베트남 작가회의 휘장 수상, 루마니아 미하이 에미네스쿠 골드메달 수상 등, 한국시인협회 회원
현재 협성대학교 명예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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