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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어머니와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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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어머니와 종교
  • 전영구 수필가
  • 승인 2021.11.0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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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화가, 붉은 가을
김지연 화가, 붉은 가을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한다. 원죄를 가슴에 묻고 묵언의 기도에 빠져든다. 해주시옵소서... 바라나이다... 하염없이 바라기만 하는 염치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마음 의지할 곳 없다는 절박함이 있고 평안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어 절실하게 구원을 청해본다. 삶이 힘에 겨울 때 의지 할 곳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때로는 고해성사라는 방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행한 죄를 고백하거나 독백이 될 지라도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도 참 염치없는 생각이긴 하다.
 어릴 적 누나의 손을 잡고 향하던 동네에 교회는 목마름을 해소해주던 곳이었다. 집에서 듣는 꾸지람이 온화한 얼굴의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건네는 칭찬으로 바뀌고 늘 불평 없이 의무적으로 먹어야하는 부실한 반찬이 달콤한 빵으로 대체되는 천국 그 자체였다. 주일이 되면 평소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즐거움과 부모의 꾸지람과 농사일을 도와야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러나 반대로 면소재지에 하나뿐인 교회는 농사를 짓는 어른들에게는 더러 원성의 대상이었다. 농번기에 누구는 땡볕에 끊어질 듯한 허리의 고통을 막걸리로 달래가며 농사일을 하는데 누구는 잘 차려입고 모여서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그저 놀기만 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우리네 어르신의 대다수가 그러했듯이 나의 어머니도 종교를 접할 기회도 없이 사셨다. 일찍이 사별을 하고 홀로 사시면서도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땅과 자식들이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셨던 어머니에게 자식들이 장성해 홀로사시는 적적함을 달래도 드릴 겸, 성당에 다니는 자식들이 어머니께도 다니시면 어떠냐며 간간히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반대보다는 그래도 거기는 제사를 지내서 괜찮다며 너희들이나 다니라 하시며 끝내 거부하셨다. 아마도 성당에 다닐 시간에 농사일에 전념을 하면 자식들을 잘 먹일 수 있다는 당신의 신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식사 전에 성호를 긋고 있는 자식들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종교는 평생 억척스럽게 일군 땅과 일곱 남매였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기력이 눈에 띠게 쇠약해지실 때까지 농사일에 관해서는 당신 삶의 전부인 것처럼 애착을 보이시더니 어느 날 갑작스럽게 쓰러지시고 말았다. 칠십 평생을 아무런 종교도 없이 지내신 어머니는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자식들의 의논 하에 병자성사를 받으시고 ‘아가다’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주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자마자 주님의 곁으로 서둘러 가셨다. 주님이 전하는 말씀이 무언지 성가에 담긴 뜻이 무언지도 모른 체, 장례기간 내내 교우님들이 올리는 연도를 끝으로 이생의 몸을 주님께 바쳤다. 정작 본인은 ‘아가다’가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 하는지도 모르신체 말이다. 인간으로 산 인간의 몸은 그렇게 저승에 가시고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세례명 ‘아가다’라는 이름을 부르며 영혼의 안식을 빌어야 했다. 평생 종교의 의미도 모른 체 사시다가 천주교 묘지에 묻히신 어머니께 들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묻고는 한다. 교리도 성가도 모르시는데 혹시 먼저 묻히신 교우들의 텃세는 없는지요? 라며 웃음 짓기도 한다.


전영구 수필가
전영구 수필가

 

충남 아산 출생 [문학시대] 시 부문 등단, [월간문학] 수필 부문 등단, 사) 한국문인협회 감사 역임, 사)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대표에세이 회원, 경기 시인협회 이사, 경기 한국수필가협회 부회장,  수원시인협회 이사,  저서- 시집 - [ 후에 ] 외 5권수필집 - [ 이따금 ] 외 1권. 수상 - 한국수필 작가상 수원 문학인상 백봉 문학상경기 한국시인상경기 한국수필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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