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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감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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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감식초
  • 최금녀 시인
  • 승인 2021.10.2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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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함남 영흥 출생.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외 6권. 시선집 2권.펜문학상. 현대시인상. 한국여성문학상. 세종우수도서. 시인이주는 시인상.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역임. 한국시협 이사. 한국문협 자문. 문학의 집 서울 이사.
1939년 함남 영흥 출생.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외 6권. 시선집 2권.펜문학상. 현대시인상. 한국여성문학상. 세종우수도서. 시인이주는 시인상.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역임. 한국시협 이사. 한국문협 자문.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감나무가 죽었다.
 정말 죽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할 때 쯤 새순을 내미는 나무도 있지만, 이맘때의 감나무는 초록으로 목욕을 한 여자의 알몸처럼 초록물이 흐르곤 했다.
 가끔 나무들이 이유 모르게 죽어 나갔다. 목련이 시커매지면서 순이 나지 않았다. 죽은 나무는 울안에 두는 법이 아니라는 할머니의 말씀도 생각났고, 시커먼 껍질을 볼 때 마다 기분이 우울해져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베어버렸다.
 감나무의 가지 하나가 이웃집 담 안으로 들어갈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남의 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경우가 아닌 것이다. 가지가 찢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감을 달았을 때, 나는 기쁘지 않았다.

 쓸어도 쓸어도 당할 수가 없는 가을 낙엽을 쓸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낙엽의 뒷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낙엽을 꽃 보다 아름답다고 추켜세운다.
낙엽의 홍수, 범람, 하루 이틀 까지는 진짜 잘 볶은 커피냄새를 맡아보고 싶다. 유기농 거름을 만들면 어떨까.
가을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낙엽이 그치질 않고 찔끔거린다. 가을비가 옷을 적시고 낙엽을 적신다. 심통이나 난 듯 강풍이 나무들을 뒤흔드는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감나무의 잎사귀가 무더기로 떨어져 쌓일 이웃집 마당. 말썽 많은 자식을 둔 에미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날 잡아 감을 땄다.
 우리 집 역사를 모두 기억할 30년 된 감나무의 일부, 한 쪽 편에 전기톱을 대자 이웃집으로 뻗었던 가지가 뚝 떨어져 나갔다. 맥없이 땅에 드러누웠다.
 한 쪽 팔을 못 쓰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생명에는 생명을 유지하는 일정치의 비율, 그 일정치의 비율을 잘라내고 말았던 것이다.

 트럭이 노랗다. 슈퍼가 환하다. 노오란 등을 걸어놓은 감나무집, 으스스하게 달려오던 가을바람이 멈칫거린다
 전쟁하는 황제를 쫒아 다니며 수도 없이 아이를 낳았던 인도 무굴제국 황제부인 뭄타즈마할을 닮았던 다산의 나무. 공해 많은 도시에서도 가을이면 집집이 만삭이었다. 한 소쿠리의 감이 한 잔의 커피 값을 당하지 못하던 그 감나무가, 내게 선물을 하고 떠났다.
 레시피 들여다보며 담은 감식초가 지하실에서 익어간다.

화가 김양수
화가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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