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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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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머문 자리
  • 황혜란 수필가
  • 승인 2021.07.2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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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여류문학회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인 시낭송가

초저녁부터 내처 잔 탓인지 한밤중 깨고 보니 새벽 2시, 안 보던 책도 뒤적이고 유튜브(YouTube)를 보아도 머리는 멍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문득 오늘 낮에 찾아온 친구 지영이 모습, 그녀는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 세상을 살아오더니 눈이 퀭한 고양이처럼 그리고 비비꼬인 다리는 근육이 다 빠져 흐물흐물한 상태로 질질 끌며 약을 타러 오는 길에 나의 가계에 들렸다.

한때 그녀는 잘 나가던 전문직 기술인 이었고 정도 많고 의리도 있었다.

그녀가 5층이나 되는 높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을 뻔했다니 혼자 살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불쌍했다. 다행히도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되어 의료비 식생활과 월세까지도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요즘 코로나-19(COVID-19)로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에 좋은 소식보다는 가끔씩 들리는 친구들의 사망 소식과 그리고 걷지도 못한다는 친구들에 대한 서글픈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살고 죽는 게 자연의 섭리이거늘 나는 마음속으로 거부하며 순응하지 못한 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중에 나는 아직도 젊다는 착각과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다.

자꾸만 좁혀지는 시간 속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내 삶이 만만 하거나 행복한 조건만은 아니다.

지난날 괴롭고 슬프고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들도 새삼 소중하게 느껴져 감사하고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지는 해가 아름답다”라고 하신 부안의 양규태 선생님 그리고 가끔씩 안부를 전해 주시는 우리 백발의 김형주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과 어리광도 부리며 투정도 하며, 아직도 그래그래 받아 주시는 청정하신 목소리 그대로 이시다.

토막토막 끊어진 기억들과 흔적들을 모아 사랑했던 사람들과 미워했던 사람들도 내 가슴에 품어야 할 그리움으로 깊고 단단하게 묶어야겠다.

나는 벌떡 일어나 장롱 문을 열어 제치고 밤도둑처럼 옷가지 보따리 몇 개를 무작정 싸 버렸다. 좋은 것과 나쁜 것 가릴 것 없이 모두 꺼내고 앨범도 꺼내 모조리 정리하고 나니 지금까지의 추억을 모조리 없앴다.

이제 무었을 아끼고 남겨야 되는지 쓸데없는 욕심으로 가득 채웠던 물건들처럼 눈 딱 감고 버려 버리자.

이제 남은 것들이 남아 귀찮게 느껴지지 않도록 깨끗이 그리고 꼭 입고 벗을 것만 남겨두자.

꽃보다 더 향기로운 마음으로 얼룩진 내 생애가 아름답게 지는 꽃잎처럼 웃으며 떠날 수 있도록, 머문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그리고 서서히 가보지 않은 길도 두렵지 않게 가야겠다.

나는 신장기증과 연명치료도 준비했으니 이제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며 그래도 내 삶이 행복 했었노라고 말해 본다.

아, 그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하는 밤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의 버릴 것이 없어 홀가분하다는 그 말씀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살아온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야 하는 아침을 맞이해야겠다.

사진=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사진=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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