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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나의 자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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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나의 자연살이
  • 박혜선 수필가
  • 승인 2021.06.0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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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수필가, 시인 수원문인협회 회원
박혜선 수필가, 시인 수원문인협회 회원

요즘 한창 텔레비전과 대중매체를 타고 바람처럼 번지는 전원생활이 유행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해 보고 실현해 보고 싶은 삶이지만 일상의 희생에 대한 각오가 없다면 쉽사리 결정하고 도전해 보기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작게나마 나만의 휴식을 갖고 싶어 마당 한가운데에 빨간 벽돌 몇 장으로 아궁이를 만들어 보았다. 거창하진 않지만 흉내라도 내듯 투덕투덕 만든 바람 가리개 정도의 허접한 아궁이다. 별 내리는 저녁이면 마당에 철철 떨어지는 하늘을 받고 휘어 감기는 찰진 공기를 잡아 전원 기분을 맛보기엔 그런대로 만족할 만하다.

이 시간은 하루 일과 중 제일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7080 추억의 가요까지 마당에 잔잔히 흐르면 맛있는 안식이 잡다한 걱정과 두통을 쓰윽 밀어내어 준다. 타들어가는 참나무 장작의 고색 짙은 향은 참행복을 느끼기에도 거리낌이 없다.

소박한 탁자엔 크림색의 랜턴이 놓아져 있다. 스웨덴 출장 당시 룬드(Lund)의 벼룩시장에서 30 크로나를 주고 산 물건이다. 찌그러진 손잡이가 친근한 랜턴은 온화한 빛으로 저녁 찬 공기를 부엉이 마냥 밝혀 주고 있다. 장작 몇 덩이를 아궁이에 좀 더 지피니 불길이 ‘쐐-’ 소리를 내며 갈증에 목이라도 탄 듯 시원하게 잘도 타오른다.

갑자기 새 한 마리가 ‘삐삐삐’ 울며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새는 나와 얼굴을 마주하느라 수많은 날갯짓을 퍼덕이더니 지친 듯 나뭇가지에 앉았다. 딱새라는 텃새였다. 인간 친화적인 새로 새까만 눈과 석양에 그을린듯한 화려한 오렌지빛 배를 가진 예쁜 수컷이었다.

성큼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찰칵찰칵 소리를 내어도 
부리를 비비며 꼬리를 털며
빤히 쳐다본다
대담한 녀석이다

어쩌다 우리 집으로 날아들어 저러다 나가겠거니 마음을 두지 않았는데 새는 온전히 저녁나절을 집 마당에서 보내고는 아침이 되어 훌쩍 날아가 버렸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 알게 모르게 낯선 방문객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생기던 차에 딱새가 홀연히 다시 찾아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녀석의 깜찍한 출현과 재회에 대한 반가움으로 음악을 틀며 부리나케 장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계속된 방문은 단편적인 생활에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매일 저녁, 이 시간만큼은 보상받고 싶은 삶의 조각들이 다분히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공유하는 녀석은 고마운 손님이자 진심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비온 후 죽순 자라듯 빠르게 지나 온기가 그리워질 만큼 선선해졌다. 지푸라기로 된 새둥지를 구입하여 나뭇가지에 달아 주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나 이곳을 찾아올 때 까지는 애정으로 보듬어 줄 것이었다.

꼬리를 털며 소풍을 다녀올지라도 
기약 없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그리워할까 봐 야속해할까 봐 
미리부터 마음을 내려놓기로 하였다

언젠가는 딱새도 제 삶을 찾아 훨훨 날아갈 것이다. 빈 마음이 되어 나무속에서 너의 모습을 찾아도 볼 것이다. 하늘 언저리를 두리번거리며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다가. 그러다 머지않아 미소를 지으며 아쉬움과 허무함을 달래게 될 것이다. 곧 익숙해질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훗날, 군밤 같은 구수한 지난 얘기들로 내일은 덜 심심하고 덜 지루할 것이다. 보태진 추억 몇 방울로 모두가 즐겁게 웃을 수도 있겠다. 딱새와 함께하는 나의 자연살이는 여전히 아슬아슬 진행 중이다.

이서동 화가, 캘리작가
이서동 화가, 캘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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