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B
    12℃
    미세먼지 좋음
  • 경기
    B
    13℃
    미세먼지 좋음
  • 인천
    B
    11℃
    미세먼지 좋음
  • 광주
    B
    15℃
    미세먼지 좋음
  • 대전
    B
    16℃
    미세먼지 좋음
  • 대구
    B
    16℃
    미세먼지 좋음
  • 울산
    B
    16℃
    미세먼지 좋음
  • 부산
    B
    16℃
    미세먼지 좋음
  • 강원
    B
    15℃
    미세먼지 좋음
  • 충북
    B
    16℃
    미세먼지 좋음
  • 충남
    B
    16℃
    미세먼지 좋음
  • 전북
    B
    14℃
    미세먼지 좋음
  • 전남
    B
    12℃
    미세먼지 좋음
  • 경북
    B
    16℃
    미세먼지 좋음
  • 경남
    B
    17℃
    미세먼지 좋음
  • 제주
    Y
    12℃
    미세먼지 좋음
  • 세종
    B
    16℃
    미세먼지 좋음
[아침에 읽는 수필] 시그널
상태바
[아침에 읽는 수필] 시그널
  • 전옥수
  • 승인 2021.04.08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옥수, 약력, 2008년 계간『문파』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한국수필 회원, 현) 계간『문파』 편집위원, 수상: 경기수필 공모수상, 호미문학대전 수필부문 수상, 동남문학상, 저서: 시집 『나에게 그는』, 공저: 『풍경같은 사람』 『2020문파대표시선』 외 다수
전옥수, 약력, 2008년 계간『문파』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한국수필 회원, 현) 계간『문파』 편집위원, 수상: 경기수필 공모수상, 호미문학대전 수필부문 수상, 동남문학상, 저서: 시집 『나에게 그는』, 공저: 『풍경같은 사람』 『2020문파대표시선』 외 다수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덩그러니 붙어있다. 바짝 다가가 방충망을 흔들어 보았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소리는 오간데 없고 타이어 밑에 붙어있는 껌처럼 요동치 않고 고요하다. 탁, 탁 두어 번 방충망을 흔든다. 여전히 미동 없다. 방충망 뒤로 보이는 하늘의 표정이 어둡다. 요란하게 목청을 높이던 매미들의 합창이 소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기에 그저 예사롭게 지났다.

지독히 길고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었다. 새벽하늘의 표정만 보아도 그 날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이불 빨래를 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더라도 하늘빛은 그 갈등을 해소해 준다. 특히 우기 때의 외출은 하늘의 움직임만 보아도 우산과 양산의 선택을 가늠케 한다. 푸른 하늘의 낯빛을 보는 것이 하루의 소망이었던 지난여름, 유래 없이 길어지는 장마가 끝나면 더 유래 없는 폭염이 닥칠 거라는 예측들이 난무했다. 때에 맞는 계절에 적절한 햇살을 쬐이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고 다음 계절을 기대하며 설레어 하던 시간들이 언제였던가 싶다.

나뭇잎의 색이 변하는 것만 보아도 때를 알 수 있다.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았던 계절은 겨울보다 더 혹독하게 우리를 움츠리게 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막 움트는 새싹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고 시선조차 나누지 못했다. 그저 자연의 변화들과 격리되어 살아야만 했다. 아파트 화단을 지키던 무화과는 앙상한 겨울나무로 멈추었고 경비실 앞 보랏빛 라일락 향기는 기억조차 흐릿했다. 싹을 피우지 않을 거 같은 꽃과 나무들의 모습은 흑백 사진 속 풍경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무성해진 무화과 진초록 이파리를 피워냈고 느낌표 닮은 열매들을 가지마다 아롱아롱 걸어두었다. 이제 그 빛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전혀 관심주지 못했지만 잎이며, 꽃이며, 열매들은 안간힘을 쓰며 계절의 때를 준비했던 모양이다. 

사람의 낯빛을 찬찬히 살펴야 할 때가 있다. 얼굴만 봐도 어려운 때를 지나는지 좋은 일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갓 태어난 손주를 돌보며 딸의 산 조리에 올인 했었다. 신생아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아기가 쉬를 했는지 배가 고픈지를 알 수 있다. 말 못하는 아기의 신호를 잘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하면 방글거리는 아기의 만족스러운 표정과 만나게 된다. 요즘은 휴대폰에 올려 둔 프로필 사진만 봐도 상대의 마음상태를 대강은 알 수 있다. 관심만 있다면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생일이나 때에 맞는 행사에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만나지 않아도 커피나 케잌 쿠폰으로 축하를 대신하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거리두기로 가급적 만남과 모임을 피해야하는 요즘 시기에 전화나 문자는 마음의 표현이자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때를 놓친 신호의 결과는 후회와 안타까움 뿐이다. 비정한 부모로 인해 파리하게 시들어 간 아이의 소리를 우리는 듣지 못했다.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고자 교회에 설치해둔 베이비 박스 바로 맞은편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밤새 죽음에 이르렀다. 나를 봐 달라고 살려달라고 악을 쓰며 신호를 보냈을 아기의 울음소리가 귀에 아니 가슴에 쟁쟁하다. 그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분명 우리 모두의 몫이리라. 알 수 없는 후회와 슬픔만이 죄책감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관심은 수없이 감지되는 신호를 놓치게 한다. 도축장의 조립 라인은 동물을 죽이는 과정 전체를 근로자들이 볼 수 없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공산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과정을 안보고 안 듣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도시화 되면서 안보고 안 듣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 몇 해 전 바로 앞 집 어르신이 급성 심장마비로 소천 하셨다. 새벽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 간 뒤 장례를 다 치루고 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관심했던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했었다. 매번 때를 놓치고 후회하게 되는 이유도 감지되는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무관심에 있다. 

때를 알고 사는 삶이란 신호를 감지하는 삶이다. 글로나 말로나 우리는, 자연이나 사람이 주는 신호에 반응하는 삶이어야 한다. 방충망에 붙어 소리 내지 못하고 있는 매미 한 마리가 안타까운 계절의 때를 상기시키듯 말이다. 거리두기로 단절되고 삭막해진 때에 감성의 더듬이로부터 전해오는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우울감에 빠져 밤잠 이루지 못하는 친구에게, 병약하여 어쩌지 못하는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보내야 할 때이다. 자연이, 더러는 이웃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에 감성의 더듬이를 곧추세워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그림=이서등 화가(모닝 손글씨 공방 유튜버)]
[그림=이서등 화가(모닝 손글씨 공방 유튜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