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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세모의 시간 긴 외면에서 돌아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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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세모의 시간 긴 외면에서 돌아오기
  •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수원문인협회장
  • 승인 2020.12.28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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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수원문인협회장

참 춥다. 겨울이 되었으니 춥다는 말이 당연하겠지만 그런 추위를 더 심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마음일 것이다. 움츠려드는 마음을 한 여인으로부터 희망의 끈을 찾아 실마리를 풀어 살며시 가슴을 펴 본다.

  내가 아는 그녀는 어느 곳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에서 잘 살아 온 흔적이려니 하면 오산이다. 그녀의 삶은 잘못 된 결혼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었다.

그녀의 전 남편은 가학의 대명사인 정신적 불구였다. 한 달이면 아무 이유 없이 트집을 찾아 서너 번 씩 폭행을 하다못해 목까지 졸라 기절까지 시켜버리는 세월을 살았다. 그런데 그 상흔이 왜 겉으로 나타나지 않으랴.      

  자세히 살펴보면 행동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나 그녀의 표정에서 나타난다. 아주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아주 묘하다. 그녀가 남편에 대해 말하기 전까지는 그 묘한 표정이 그저 선천적이려니 하고 저런 표정의 사람도 있구나 하고 대수롭게 지나갔다.

그 이면에는 그녀의 정갈한 행동과 타인에 대한 배려적 행동이 한 몫을 했다. 그녀는 궂은일을 꺼려 한 적 없으며 사회적 규범에 상당히 철저했다. ‘이리로 가면 일방통행이어요. 차를 댈 때는 반듯하게 대야 해요. 식사를 시킬 때는 양에 맞게 시켜요.

휴지를 함부로 버리면 안 돼요.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해야죠’ 등등 가장 기초적이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행동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자기 의사 표시를 한다. 또한 호불호를 표현함에도 정확하게 ‘그 곳으로 가면 안돼요. 이런 이유로 이것을 샀어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걸어서 갈게요’ 등등 마치 오랫동안 행동규범을 연구해 온 사람처럼 틀림없게 표현을 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길래 일상적인 면에 그렇게 철저할까 궁금해지며 서서히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집은 낡고 허름한 연립주택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지하방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돈 된 것이 그녀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내심 저렇게 내버릴 것이 없는 여인을 왜 그 남편은 그렇게 학대를 했을까 하는 의아함이 앞섰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엄마가 맞는 것을 보고 놀라서 이혼을 권유했다고 했다.

남편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아들의 말은 구원의 말이었음으로 그녀는 주저 없이 이혼을 단행하고 혼자 살기로 결심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 남편과의 단절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성한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 애증의 그늘 속에 연민도 함께 했으니 새로운 삶을 가기에는 얼마간 시간이 걸렸다. 
  “좋은 사람 소개 좀 시켜 주세요.”

  그녀의 평소 행동에 반듯함에 반해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좋은 사람에게 소개시켜 주기위해 애를 썼다. ‘너무 나이 많은 사람에게 가지 마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가라. 성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보고 가라.

재혼이니 혼인신고는 하지 말고 살아라’ 등등 저마다 자기 입장에서 충고인지 대리만족을 하려는지 모여 앉으면 그녀를 위한 최선의 재혼방법을 논했다.
여기저기 소개팅 말이 오고가던 중 어느 날 굳어진 표정이 더욱 삭막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울상이 되어버린 그녀가 안절부절 정신이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전 남편이 쓸어져 병원에 있는데 병구완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자식과 며느리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쓸어진 아버지 옆에서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네사람들은 불행은 겹쳐서 오는 것인가 보다하며 그녀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이혼한 남편을 뭐하러 병구안을 하느냐고 말들은 했지만 정말 답답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었다. 아들의 삶을 생각하면 어미가 된 사람으로 외면할 수 없기에 궁여지책으로 병원 문을 드나들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런 와중에 운명의 신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는지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 혼인신고까지 하고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새로 만난 남편은 결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직업이 뚜렷한 것도 아니었다.

햇볕 좋은 어느 날 우연히 연립주택 옥상에 이불을 너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날마다 저녁먹자, 산에 가자하며 나이도 묻지 않고 따라다니는 그 남자에게 결국은 마음을 준 것이었다.

  “요즈음 어떻게 살아요?” 라고 묻자 전기절약 시스템업체에 나가서 같이 설명도 하고 이집 저집 이 회사 저 회사 다니며 소개비를 받아 살고 있다며 행복해 한다.
그녀의 성격에도 맞는 전기절약 프로젝트가 그 남자와 함께 다가와 그녀에게 꽂혔을 것이다. 우연찮게 그녀의 신접살림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자랑이 많다.

“저 분이 음식을 만들어 주는데 무척 맛있어요.” 평소와 똑같이 잘 정돈된 단칸방에서 새 남편은 음식을 만들고 그녀는 설거지를 하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들에게 어떤 면이 잘 맞느냐고 물으니 무엇을 하자고 말하면 언제든지 서로가 불평 없이 함께 하게 된단다.

여유는 없지만 싫다는 소리 안하고 긍정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 부부에게 큰 박수를 저절로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 부부로 인해 나 자신 일상의 행복에서 너무 많이 멀어져 있지 않았나 돌이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로 인해 밖으로만 돌던 마음이 집으로 돌아오는 결정적 순간을 찾게 되었다고나 할까.

추운 계절에 이별이 아닌 따스한 계절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오늘도 그들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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