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눈물도 꽃이다
돌멩이들이 귀를 씻는 저녁
홀로 강을 따라가는 그림자
이름이 흐릴 때면 휘파람을 분다
아침 꽃을 물고 오는 새와
노을 속을 헤엄쳐간 물고기에게
오래된 노래를 들려준다
넓은 등은 그믐처럼 휘어지고
눈동자의 열망은 색을 잃어가지만
온몸에 새겨놓은 해와 달의 시간과
가슴속엔 찬란한 고래 한 마리
거친 신발 속, 발가락들이 만개한 걸까
그림자를 밀며 또 한 계절을 건너간 사람
발자국 위로 꽃냄새가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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