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안창호 교수

저혈당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태를 말합니다. 포도당은 우리 몸의 세포들이 생명활동을 하는데 필수적인 연료입니다. 세포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연료인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통해 지속적인 포도당 공급이 필요합니다. 저혈당은 이러한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인 포도당이 혈액 속에서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이상 상태입니다.
저혈당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은 저혈당의 정도에 따라 단계가 있는데, 혈당이 감소되는 초기 단계에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두근거림, 손떨림, 불안감, 식은땀, 극심한 공복감 등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 당분을 섭취하여 혈당을 정상화시키면 수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만약 당분섭취를 못하여 혈당이 더 저하된다면 뇌기능이 저하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무의식적인 이상행동, 졸림, 더 나아가서는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렀어도 적절한 시간 내에 당분을 공급한다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고 후유증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저혈당의 증상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고, 한 사람이 위에서 언급한 모든 증상을 다 겪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끼니를 거른다고 항상 저혈당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분은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거나 우리 몸에서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끼니를 거른다고 항상 저혈당이 발생하지는 않는데, 이는 우리가 음식으로 당분 섭취를 하지 못하는 경우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서 계속 공급해주기 때문입니다. 포도당은 생명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포도당 공급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서 체내에서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만들어낼 수 있고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어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혈당은 일반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혈당 증상은 오로지 저혈당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은 아닙니다. 다른 질병에서 또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또한 저혈당이 발생하는 혈당 수치는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에서 공복혈당은 70~90 mg/dl 정도이지만, 마른 체형의 여성에서는 65 mg/dl내외까지도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저혈당과 반대인 고혈당이 문제가 되는 당뇨병은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으로 정확한 수치 기준이 있지만 저혈당의 경우에는 이러한 수치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혈당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의심 증상이 저혈당 때문임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하며, 다음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저혈당 진단을 위한 3가지 조건
“1) 저혈당 의심 증상이 있고, 2) 혈액검사로 실제로 혈당이 낮음을 확인하고, 3) 포도당을 섭취하여 혈당이 상승되는 경우 앞서의 증상이 호전되는지 여부” 이 3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만 저혈당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앞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식은땀, 두근거림, 손떨림 등의 증상이 있지만, 혈액검사에서 혈당 수치가 높거나, 또는 포도당을 섭취하여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등에서는 저혈당이라고 진단할 수 없고 병적인 상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로,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도 반복적으로 혈당이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혹시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하는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닌지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저혈당은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저혈당이 맞다고 하면, 그 원인을 찾아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선 당뇨 환자라면 당뇨약의 용량이 너무 많아서 저혈당이 발생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 중증의 간질환, 콩팥질환, 심장질환이 있다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약물이 저혈당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체내에서 인슐린(=췌장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 과다분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병원에 내원하여 공복 상태에서 혈액의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 원인으로는 인슐린분비종양이 가장 흔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간혹, 식후에 주로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후 저혈당은 음식 섭취 후에 너무 많은 양의 당분이 한꺼번에 흡수되면서 일시적으로 인슐린이 과량 분비되어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소량의 음식을 나누어 섭취하면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장기간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업무나 운동을 할 때, 위에서 언급한 저혈당 증상이 일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는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며 단지 이 시기에 너무 과도하게 당분을 소모하여 나타나는 것입니다. 일정시간 안정을 취하고 소량이라도 음식을 섭취하면 보통 증상이 호전됩니다. 정상인에서는 아주 장기간 금식을 하지 않는 한, 수일간 금식을 하여도 저혈당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저혈당 증상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음식을 섭취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 자가 혈당계를 이용하여 측정한 혈당이 반복적으로 70 mg/dl 이하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 저혈당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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