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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2월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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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2월의 마음
  • 정명희 시인·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 승인 2025.02.20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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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시인·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새해가 밝았다고 설레던 순간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문득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한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분들은 왜 세월을 붙잡아 두고 싶었을까. 잡지 못하는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은 대체적으로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을 때 인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때다. 정신없이 살아 온 세월 덕분에 시간의 속도는커녕 감각 또한 무뎌져 어울렁 더울렁 그럭저럭 살아온 세월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치열하게 도전하며 세상일이 전부가 내일인양 불도저 같이 살기도 한 지난날이다. 어린 자식들 크는 것마저 뒷전에 두고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까지 바깥일에만 올인 한 적도 많다. ‘누군가 해 주겠지’ 라는 생각에 매너리즘에 빠져 방황하기 일쑤였다.

진정 피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생각하고 책임져야할 때도 비겁하게 책임을 누군가에 미루고 회피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변변치 못한 그런 저런 일들이 쌓이니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지나 보다.

생각하니 가진 것도 그리 많지 않고 뚜렷하게 쌓아놓은 일도 없다. 탄탄하게 이루어 놓은 재산도 많지 않다. 시답잖은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 때, 쓸쓸한 마음이 불현듯 들 때 곧잘 우리는 세월 이야기를 꺼내고 흘러가 버린 시간을 아쉬워한다.

어느 만남의 자리에서 뜬금없이 올해의 목표가 무어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연배가 열 살 쯤 차이나는 몇 번째 동생 같은 그가 묻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울화 같은 것이 치밀어 올랐다. 어쩌면 저렇게 철이 없을까.

“그거 그렇게 아무나 물어 보지 않거든”

하고 눈을 내리 깔며 나지막하게 말을 했다.

내심 무게를 잡으며 무시하는 투로 말을 했다.

‘아직 덜 살아서 그런 말 하는 거야. 아직은 깨져 보지 않았군’

‘길가에 부서져 있는 사금파리의 심정을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소리거든’

사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너무나 자신감이 넘쳐서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표를 정하려거든 젊을 때 정해라. 그리고 길게 잡아서 한 가지라도 제대로 완성해 봐라’

“지금내 인생은 거두어 드릴 때야. 인생을 추수하는 심정으로 살아 온 날을 반추하는 시점이라구‘

현재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목이 멘다.

말하는 그에게 핀잔을 주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있는데 눈빛으로 채근을 한다.

‘목표가 없군요. 맞지요? 맞네. 답이 없는 걸 보니’ 하며 그는 경시인지, 경멸인지 아니면 어떤 듣고 싶은 기대를 하는지 야릇한 표정을 보인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운을 뗀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올해 연말에는 차를 사고 싶어요. 아파트 사느라 대출받은 대출금을 다 갚고 말거예요.”

너무나 상투적인 서민들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생각한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렇게 어려운 목표를 세우다니. 말도 안 돼. 하는 반면에는

‘어쩌면 저렇게 아직도 순수한 사람이 있네. 꽤 괜찮은 사람이야’ 생각이 들고 있다.

마치 얼마 전까지 내가 마음속으로 하던 소리를 알아챈 것처럼. 듣던 중 최고의 반가운 소리를 적재적시에 하는 그.

사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 차를 사고, 아파트 대출금을 갚으려 하는 것을 보니 꽤나 용기 있고 패기 넘치는 의식을 가졌다.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그를 본다.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넘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덕분에 나도 힘이 나는 것 같다. 말이 되든 안 되든, 현실이든 아니든 긍정의 말은 필요하다.

나도 그와 같이 목표를 세운다.

이번 2월에는 아직 남은 10개월의 날들을 붙잡아 두자. 흘러가는 세월을 꼭 잡아서 무어라도 제대로 목표를 세운 다음 한 곳을 향하여 질주를 하자. 세모의 마지막 날 아쉬움은 스스로 채우지 못한 자의 변명임에 틀림없어. 라고 자신있게 소리치며 쾌재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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