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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한 해를 또다시 선물해 준 생(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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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한 해를 또다시 선물해 준 생(生)
  • 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 승인 2025.01.02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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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시인·수필가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수필가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송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다. 이른 새벽 눈을 뜬것 같은데 어김없이 이 번 새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날 밤 다행히 정신없이 잠든 바람에 새해에 일찍 눈이 떠진 것은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젊은 날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고 쑥스러워 남들처럼 새벽을 헤치고 새해맞이를 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야 새해 첫날을 맞이하자며 지인들과 정동진으로, 해남 바닷가로, 가까운 동네 뒷산으로 떠난 적이 있다.
미처 뜨지 않은 해를 보려고 그들과 서둘러 산길을 오르노라면 여기저기 움직이는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무척 생생하게 들린다. 
 해는 적당한 시간에 조금씩 미소를 지으며 둥근 얼굴을 밀어내듯 서서히 얼굴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새로운 설레임에 떠오르는 해를 향해 힘을 다해 소리치고, 그 장면을 담기 위해 저마다 샷터를 누르거나 핸드폰으로 저장하느라 분주하다. 
 덩달아 그 기분을 만끽하고자 함께한 지인들과 동참한다.
 그러나 마음은 큰 그림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진정한 소망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적어 본 적은 그다지 없다. 나태하고 무계획적인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라는 이름으로 새로움을 맞이하는 첫날,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크게는 국가적으로는 우리의 오랜 전통인 새해를 맞이하는 다양한 풍습과 의미를 담은 활동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새해라는 말에 담긴 한자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의 방향을 다짐하기도 한다. 

 좀 더 새로움을 맞이하는 새해는 新(새 신): ‘새롭다’는 뜻으로, 이전과는 다른 시작, 변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 해의 새로운 다짐과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年(해 년): ‘한 해’ 또는 ‘시간’을 나타낸다다. 자연의 순환, 삶의 흐름,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시간의 주기를 뜻 한다. 이렇게 ‘新年’은 단순히 한 해의 시작을 넘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희망을 품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모두가 설레고 희망에 부푸는데 그 구체성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고 나태하며 부끄럽기까지 한 내면의 짐 면목이다. 물론 무가 물으면 그럴싸하게 답은 잘 하지만 그 역시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바로 전날 아쉬워하고 보내기 싫었던 지난해의 의미는 큰 과제를 주었다. 그런데 그 과제에 대한 내 첫 소망은 아주 무색한 거짓의 말이었고, 올 해도 이룰 것 같진 않은 임시방편의 답이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부재중 전화 몇 개를 발견했다. 하나는 딸아이의 전화, 점심을 같이하자는 전화고, 다른 전화는 지인들의 안부 전화다. 
 딸이 전화를 하면 평소에 잘 걸지 않던 외손자 생각에 지나치게 오버를 한다. 우스운 일이지만 주변 생각은 안하고 애걸하듯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스스로 표현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감춰진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딸과 사위는 만나면 늘 설레임을 동반한다. 서로 그렇다. 잘 해 주는 것도 없는데 딸은 친정에 오면 마구 감성을 폭발한다. 옛날 신혼시절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며 픽 웃음을 짓는다. 
 그런 행동이 다 친정엄마를 닮았지 누구를 닮았겠나 싶어 공연히 사돈댁 얼굴이 떠올라 민망해진다. 외손자가 초등학교 일학년이 되었으니 햇수로는 9년이 가까워 오는데 이번 새해 첫날은 특별히 사위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서로 알고 있어도 비껴 지나간다. 조심스럽다. 까페 정원에 지펴 논 장작 난로 앞에 앉아 지나간 삶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숲속 오솔길을 산책했다. 지난해를 섭렵했던 낙엽들이 오솔길에 푹푹 쌓여 지나간 일들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내고 있다. 외손주는 불 앞에 앉아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이글거리는 열기가 눈에 보인다며 그게 왜 그런 거냐고 묻는다. 신기하고 궁금한 게 많을 수 밖에. 

 그동안 소망하나 걸어 놓지 못하고 스쳐 보낸 새해인데 올해는 줄줄이 큰 소망을 외고 있는 자신을 보며 뒤늦게 철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오며 가슴 속에 깊이 새긴 한용운님의 시를 찾아 음미해 본다.         
 생(生)의 깊은 철학적 의미를 배경으로 올 한해를 또다시 선물해 준 새해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탠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평소의 새 아침도 그랬다. 눈을 뜨는 때마다 낯설음은 몸을 일으키기에 긴 시간을 요했다. 깊은 잠 속에 빠졌다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더욱 더 그랬다. 채 걷히지 않은 어둠이 왠지 생소하고 부담스러워 이불을 걷어 내는 시간이 길었었다. 

 새해 첫날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무게감이었지만 감사할 수 있는 생(生)의 부름을 어찌 마다할 수 있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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