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까지 안개 속을 걷는 듯 하다. 원달러 환율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450원대를 넘어섰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흔들린 원화값이 미 연준(FED)발 금리충격까지 겹치면서 경제위기 수준으로 내몰렸다.
나라 안팎으로 혼란이 계속되면서 민생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송년회 등으로 시끌벅적해야할 연말연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는 오히려 급격히 움츠러든 상황이다. 지난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현황 파악을 위한 긴급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12월 들어 국내 정치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체예약 취소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46.9%에 달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경제 악화를 우려해 송년회 등 모임 개최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송년 분위기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9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탄핵정국 경제재건을 위한 긴급브리핑’을 열고 30조 원 이상의 슈퍼추경과 기준금리 0.5%p 빅컷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재정 역할을 확대해 미래먹거리와 민생경제, 청년 일자리 혁신 등에 투자함으로써 차갑게 얼어붙은 민생경제를 되살리자는 취지다.
김동연 지사는 “탄핵은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경제와 민생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하루빨리 경제정책, 특히 재정정책을 탄핵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야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 함께 길을 헤치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전부터 경제 위기 극복의 해법은 바로 ‘확장재정’이라 강조해왔다. 김 지사는 “지난 금융위기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최일선에 있었다. 당시 이미 국회에 제출했던 새해 예산안을 수정해 10조 원을 확대하는 수정예산안을 신속하게 냈고, 다음해에도 28조 5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며 “그 결과 마이너스로 예상됐던 2009년 경제성장률을 0.8%로 방어하고 2010년에는 6.8%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경제부총리 시기에는 11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며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했고, 그 결과 2%대에 멈춰있던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렸다. 1인당 국민소득도 사상 최초로 3만 불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경기도는 내년 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가한 38조 7081억 원을 편성했다.
혼란과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심각한 권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민생경제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은 “정치싸움을 멈추고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 달라”고 간곡하게 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동연 지사가 ‘경제 정책의 대반전’을 강조하며 새로운 경제 정책들을 내세운 것이 한국 경제의 정상화를 향한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