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샅의 허리도 굽었다
보청기로 전해 온 뻐꾸기 울음도 늙었다
곳곳 풀썩거리는 너겁에
인적을 대신하는 길고양이 갈증을 풀고 간다
누루꿀 마을 어귀 허름한 점방
한눈에 들어오는 물건들
달랑거린 유효기간은 인기척 날 때마다
화들짝 먼지를 털지만 허사다
버거운 일상처럼
축 늘어진 할매 난닝구
슬쩍슬쩍 들락거리는 젖꼭지에
파리 한 마리 제 밥인 듯 움켜쥐고 있다
어기적거리는 발걸음도
허연 잇몸이 물 말은 밥 한술 오물거린 것도
머물고 있는 생명에 대한 도리라고
하품만 하다 사나브로 가는 하루 해
굽어가는 햇살 등은
왜 저리 붉을까

시평(詩評)
내가 처음 만난 방점례시인은 차분하고 단아해 보이는 인상의 누가 뭐래도 시인다운 여인의 모습을 내포하고 있었다. 살짝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조용한 미소를 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방점례시인과 ‘언제가는 함께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졌더랬다. 그 이유는 시인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수필 같은 삶을 엿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다음 협회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옆으로 가는지 만나서 문학에 관한 이야기나 시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못 했고, 더욱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더욱 하지 못했다. 단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때로 궁금해 할 뿐이었다. 이번 시를 만나게 되기까지는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었었다. 그러나, 막상 그녀가 보내온 시 두 편은 무척 인상적이었으며 감동을 주어 설레이기까지 했다. 시어 하나하나가 농익어 성숙한 여인의 풍모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 중 한 편을 골라 명시산책 방에 내 놓는다. 그리고 가까이 하지 못한 시간을 주워 담아 그녀의 시와 함께 오래 오래 우리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은 묘하게도 준비하지 않는 만남 속에는 그리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고이 간직한 시 두 편을 서슴없이 내어주는 그녀의 속 깊은 마음에 이제는 드러내 놓고 반가운 인사와 우정을 곁들이련다.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약력
2022년 동서 문학상
2023년 수원 문학 신인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