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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백색 구역에 빠진 첫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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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백색 구역에 빠진 첫 눈
  • 정명희 시인·수필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 승인 2024.12.0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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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시인·수필가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수필가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그 날은 어쩌다 꿈속에서 마주 친 몇 번째의 현실이라고 본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사물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겪은 최초의 경험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첫 눈, 꿈속에서 만난 신비롭지만 앙칼진 현실로 고스란히 눈 폭탄을 맞는 것은 쉽지 않은 기억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첫 번째의 만남과 진실, 해석에 대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런 경우 마치 사랑할 때 느끼는 야릇한 흥분을 유발시키는 조건이 불려온다.
 반면 그 ‘첫 번째’라는 의미 속에는 해석하기에 약간 부족하며 촌스럽기도 하고 때 묻지 않은 순결의 일부가 숨어 있다. 그 속에는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다가오는 무궁무진한 느낌의 경험을 동반한다.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결과에서는 무지막지한 아픔을 주며 상처를 덧나게 한다.   

 첫눈이 그렇게 왔다. 설레임도 동반하며. 잠재해 있던 흥분과 말초신경들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초로의 여인들을 만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약속을 정한다. 이유는 만남이란 기대 속에서 상상의 거울로 비쳐 본다는 것이다. 한 분은 십여 년이 가까운 언니뻘 되는 분, 그녀는 나이에 걸 맞게 백발의 미인을 연상케 한다. 또 한 분은 소개로 만나는 처음 뵙는 분이다.

 아침부터 폭폭 내리는 눈을 마라보며 마치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기분이 그들의 전사가 된 양 사라져 복구할 수 없는 시간을 가까스로 낸 것처럼 비장한 각오로 시간을 냈다.

 모모역에서 한 분을 태우고 미끌거리며 인근 또 한 분의 집 근처로 갔을 때는 이미 눈은 폭설로 변해 있었다. 온 세상이 새하얀데, 앞뒤를 구별 할 수 없이 쌓이는 눈은 설국을 연상케 했다. 설국의 대표는 누구일까. 거대한 눈더미가 산과들을 덮고 집들을 덮고 이윽고 거리를 덮은 것이다. 차츰 도로는 사라져 가고, 그저 말없이 쌓이는 눈은 무슨 작정으로 그리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분명 환성은 있었다. 하얗게 내리는 무분별한 눈은 무작정 내리는 게 아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차들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벌벌 기고 있다. 드디어 내 차의 핸들도 이리 미끌 저리 미끌 종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런 공포감도 느끼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아마도 몇 년 전 답습했던 결과이리라. 

 그 날도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정신없이 왔다. 이미 길바닥은 보이지 않았고 차들도 띄엄띄엄 몇 대만 움직이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꼭 가야만 하는 명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식구들은 말리 않았고 천천히 국도를 따라 직장으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그 날은 다른 차는 한 대도 없었다. 혼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미끌거리며 평소보다는 두 세배의 시간에 걸쳐 직장으로 갔다. 직장에는 사람들은 오지 않았고 몇몇 관리자들까지 보이지 않았다. 얼마를 기다리니 몇몇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마도 12시가 다 되어서야 온 듯 했다. 길고 긴 하루였다, 눈이 온 그날의 일로 인해 내 뇌리에는 무서운 눈이라는 배경이 깔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일로 인해 무섭지 않다. 옆에 있는 그 분들과 세상 흘러가는 이야기와 차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눈의 아름다움이 느리게 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너무나 황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기분과 첫 눈의 경치는 앙상블로 내 눈에 비쳐졌다. 아쉬운과 행복감을 뒤로 하고 푹푹 빠지는 길을 조심조심 움직여 그분들의 행선지까지 모셔다 드렸다.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숲 속 식당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며칠 후 눈밭을 강제로 달렸는지 내 차는 심한 몸살을 앓고 드디어는 공업사에 맡겨졌다. 눈 온 뒤의 쓸쓸한 선물이었다. 이름하여 백색 구역의 금지된 운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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