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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사랑하니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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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사랑하니까 사람이다
  • 강심원 작가
  • 승인 2023.08.14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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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일로 교권과 공교육의 붕괴라며 우려하고 있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으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교권 추락과 학생 지도의 어려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학부모 민원 처리의 어려움으로 5년 미만 교사가 최근 600명 정도 학교를 떠났다.

또 최근 5년간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도 600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면, 정말 공교육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가정교육도 부재하고, 사회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학교에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토록 교육해야 하는 데 선생님들의 손발을 묶고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까?

6학년 담임 시절에 학생들 간의 다툼이 생겼다. 한 여학생을 여러 여학생이 때려서 만들어진 일이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다른 학생들을 전학시키라고 요구했지만, 피해 학생의 아버지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중학교 가서도 또 만날 친구들이죠. 친구들과 함께 서울랜드 등 놀이공원을 다니면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게 좋겠어요.”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친구들과의 관계회복을 원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함께 화합할 수 있도록 놀이공원 등 직접 데리고 다니며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네,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약속대로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서로 화합하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해주었다. 이런 존경할만한 학부모가 있으면, 자녀들은 비뚤어지지 않고 방향도 잘 잡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제 아이만 생각하는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는 성장할 기회도 놓치고 친구 관계마저 깨지게 된다. 결국, 이기는 사람은 없이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이다. 아이들 싸움을 어른들 싸움으로 만들어 학교를 전쟁터로 만들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마저 빼앗으니 정말 어른답지 못하다.

OECD 30개국 중 한국인의 행복 지수는 25위이다. 우리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행복 지수의 최하위는 뭔가 문제가 많다. 즉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님을 말해준다.

2014년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가 무엇인지를 묻는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 열정, 미소, 사랑의 순서였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은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공통적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10위권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성애를 가진 동물도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퍄퓰러 사이언스의 발표에 의하면 사막꿩, 해마, 공룡, 다윈 개구리, 캘리포니아 생쥐, 바바리 원숭이, 물장군, 큰 코뿔새, 늑대, 인간이 부성애를 가진 동물이라고 발표했다.

어쨌든 요즘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0년 TV 공익광고에서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에 대한 광고를 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마저 주지 않는다.” 참된 교육의 시작은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제설기 부모, 불도저 부모, 해파리 부모’란 말이 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자녀의 힘들고 불편한 일을 쓸어버리는 것을 ‘제설기·불도저 부모’라고 한다. 자녀 출생에서부터 위험 요소를 치워주니 성인으로 사는 삶도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고, 작은 좌절마저 못 견딘다. 또 아무 간섭도 없는 자유방임적 부모를 ‘해파리 부모’라고 한다. 규칙을 강조하고 학력에 대한 높은 기대와 창의력을 요구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호랑이와 해파리의 중간을 ‘돌고래 부모’라 한다. 부모가 사랑을 제대로 가르쳐야 자녀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황금찬 시인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랑의 시를 읽게 하고, 음악을 듣게 하고, 그림을 자주 보게 하라’고 했다. 시, 음악,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사람은 큰 죄를 짓지 않고, 샤갈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도 인간성을 버리지 않으며, 소월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을 해치지 않는다고 했다. 민용태 교수도 효가 ‘사랑’의 가장 큰 모태라고 했다. 맹자는 사랑하니까 사람이라(仁也者人也) 했고, 공자도 ‘사랑하면 오래 산다(仁者壽)고 말했다. 공자의 인(仁, 사랑)의 모델이 효라면, 부모의 사랑이 마음의 텃밭이다. 그래서 공자는 인성(人性)을 중시했다.

논어에서는 집안에서 효도하고 밖에 나가 어른을 공경하고 힘이 남을 때 공부하라고 했다. 그만큼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텃밭도 만들지 않고, 씨 뿌리고 키우려 한다. 설익은 과일을 먹인 후 배탈 나게 만들며 뜸 들이지도 않고 밥을 먹게 하는 교육은 정말 문제이다.

지식에 인성이 겸비되지 않으면 지혜로울 수 없다. 인성과 사랑의 결핍으로 지식은 많으나 지혜롭게 성장하지 못한다. 민용태 교수는 아이들이 마음에 사랑이 싹트게 하려면 스스로 싹틀 수 있는 시간과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이 일찍 일어난다고 동이 빨리 트지 않고, 꽃밭만 열심히 가꾼다고 봄이 빨리 오지 않는단다. 100년을 살 생명이면 자연과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키우는 게 최상이다.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깊은 자식 사랑과 폭넓은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똑같다. 사랑할수록 강하게 키워야 한다. 칼을 쓸 팔뚝 힘과 손은 연마하지 않고 칼만 잘 들게 한다면 정말 위험하다. 칼날이 너무 예리하면 먼저 자신부터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10대 자살률이 급증하는 것도 왜곡된 교육열과 강한 경쟁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이 없는데 공부를 시키고, 열심히 칼날만 갈라고 시키니 제일 먼저 사랑하는 자녀가 다치게 되는 것이다. 사랑할수록 자녀를 엄하게 키워야 한다.

괴테는 ‘행복은 느끼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사랑과 행복은 느끼는 자에게 돌아가는 유일한 포상이다.

막말과 갑질이 난무하는 요즘, 사랑을 통해 행복과 기쁨을 느끼고 희망을 노래했으면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품격있는 언어와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생활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방송대학교 유범상 교수는 ’선배 시민‘이란 용어를 제안했다. 내 아이만이 아닌 공공의 마음으로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선배 시민‘이다. 우리 주변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많아야 아이들은 올곧게 성장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존경받아야 할 교사들을 깎아내리고 다양한 갑질과 민원으로 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문화로는 건강한 사회,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라 수가 없다.

‘사랑하니까 사람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 우크라이나 초등교장인 ‘수호 물린 스키’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온전하게 함께 빛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물론 교사도 학부모도 함께 빛이 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청소년 자살 문제도 단 한 사람, 누군가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자살마저 피할 수 있다.

릴케의 말처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죽어도 못 배길 내심의 욕구가 있을 때 자신의 마음을 따라 몸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향아 교수는 자녀들이 가슴에 불씨를 간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불씨라는 것은 사물과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이다. 불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순간, 의미 있는 사물을 만났을 때 가슴에 뜨거운 전율과 감동을 쉽게 느낀다. 가슴에 불씨를 간직하고 있다면 우리는 수시로 감동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니까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 그래서 가정에서부터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도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사랑의 교실로 살아날 것이다.


강심원 시인
강심원 시인

약력

충북 단양 출생
≪문학미디어≫ 아동문학(동화)·시 부문 신인상, 문학미디어 작가상 수상
문학미디어작가회장 역임, 현) 수원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위원장
시집 『패랭이꽃』, 공저 『문살에 핀 꽃』 외 다수

 


화가 김충식
화가 김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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