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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뜻밖에 걸려 온 제자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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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뜻밖에 걸려 온 제자의 전화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3.05.1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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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올 한해 양띠들은 멋진 운으로 한해가 행복하다고 동네 지인이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나보다 한 살이 아래인데 늘 여장군처럼 당당하고 힘이 있다. 얼굴이나 몸매는 유럽의 여자처럼 큼직하고 오똑한 콧날의 곡선은 전혀 한국사람같지 않게 높고 잘 생겼다. 그녀를 볼 때마다 하얀 피부에 멋스런 옷차림이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얼마나 당당하고 씩씩한지 나도 모르게 언니라고 할 정도로 주변 상식에 능하고 달변가여서 어지간한 사람은 당할 재간이 없다. 그것이 전부라면 매력이 덜 하겠지만 가끔씩 여린 구석이 있어 지나간 날들을 구수하게 풀어내며 회상을 할 때는 믿어지지 않는다. 낮은 어조로 조근조근 힘들었던 삶의 자락을 펼치곤 하는 그녀. 알고 보면 남편의 객기 덕분에 고생 꽤나 한 여인이다. 그녀의 남편은 소장사다. 막말로 정육점에 가서 미리 흥정을 하고 도살장에 있는 소를 사서 잡아 가지고 도매로 정육점에 넘기는 일을 한다.  도박도 곧잘 하고 오입도 잘해서 신접살림 때는 예쁘고 가늘가늘했던 색시를 수시로 울린 사람이다. 생활이 어려워 부인이 정육점을 차리고 앉아 고기를 팔면 고기 판 돈을 가지고 나가서 몇 날 며칠을 들어오지 않고 도박을 한다. 가정일은 내팽개치고 돌아다니다 들어 와서는 행패가 장난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언젠가는 하도 망나니처럼 행동하기에 화가 난 그녀가 골을 부렸더니 팔려고 쌓아놓은 정육점 앞 달걀 수십판을 집어 던져서 집안이 달걀 끈끈이로 온통 범벅이 되어 쓰레받기로 달걀을 쓸어내니 새벽이 훤하게 새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집에 들어와 무슨 화가 그렇게 나는지 금이야 옥이야 기르던 아들을 두드려 패서 시퍼렇게 멍이 들게 만들고 상처를 입히는 것이 다반사라고 했다. 그런 그녀가 어찌어찌하여 힘든 생활 속에서 고생을 견디고 우연찮게 식당을 하는 바람에 돈이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 땅을 사고 아파트를 사고 주식까지 하게 되는 형편이 되었다. 그러면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선지 성당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가끔은 토정비결을 보고 그 해 운수도 본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가 하나 못 하는 것이 있다. 주식이다. 저녁이 되면 그녀가 찾는 동네 사랑방에 오면 그녀는 주식 이야기로 마감을 하곤 한다. 오늘도 그녀는 주식이 곤두박질쳐서 수천만 원을 날렸다고 한다. 바로 그제도 수천만 원을 날렸는데 내가 보기엔 정신이 없는 여자다. 그렇지만 식당 장사로 날린 돈을 꽤 복구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주식을 해서 날렸다는 이야기보다는 덜 걱정이 된다. 그녀가 이번에도 하루일과를 푸는데 주식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올해 양띠들이 무얼 해도 잘 된대요.” 한다.
무얼 보고 저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지 빙그레 웃고 있으니 한마디 덧붙인다. 
정말이어요. 한 번 믿어 보세요 한다.

바쁜 날들이다. 전화가 멜로디를 타고 소시을 알린다. 모르는 전화이기에 한 번은 그냥 넘어가고 받지 않는다. 한참 후 또 모르는 전화가 차르르 온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스팸전화 덕분에 세상이 무섭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긁직한 젊은 남자목소리, 누구십니까? 하는데 상기된 목소리로 청년이 말을 한다.  
“선생님 저 금대언이어요. 선생님께서 저 일학년 때 가르쳐 주셨던....”
처음에는 잘 못 들었나 했다. 기억을 더듬어 가니 우정읍 석천초등학교에서 가르쳤던 학생이다. 공교롭게도 형 오늘이를 가르쳤고 그 이듬해는 동생 대언이를 가르쳤다. 
그때 일학년이었던 금대언이다. 
대언이가 울먹인다. “선생님! 선생님이 쓰신 동시집에 제 이야기를 시로 써 주셨잖아요. 저 잘 커서 경북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선생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 드렸어요.”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된 대언이가 나를 찾는다. 그것도 울먹거리며.
“선생님! 저 선생님 덕분에 잘 컸어요. 부모님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꼭 찾아뵈라고 했어요” 나도 울컥 눈물이 나온다. “그래, 잘 컸구나. 목소리도 의젓하고 사회생활을 잘할 것 같은데, 벌써 대학생이라니. 감개무량하다.” 내 눈에 눈물이 어려서 저절로 시야가 흐려진다.  
‘그렇지 나를 기억하다니. 내 제자가.’ 대언이 부모가 대안학교를 보낼 것 같았는데 그 과정을 거쳐 대학교를 가다니. 내 가슴에 하얗고 맑은 기쁨의 시냇물이 줄줄 흐른다. 
“선생님, 올 한 해가 가기 전 가까운 시일에 선생님 꼭 찾아 뵐게요.” “ 그래라. 나도 보고 싶은 걸.” 몇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감경스러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전화를 할 수가 없어 서둘러 전화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다.

‘참 그렇지 양띠해에 좋은 일이 있다는 그 이야기.’

아마 이 일인거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얼굴을 가리고 만다. 이 기쁨 이 행복을 어디 어떤 무엇에다 비기랴. “나 정말 잘 살았지. 이렇게 제자가 나를 다 찾고....” 빈 내 가슴에 한 말을 또 하고 다시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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