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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우리가 쓰는 개념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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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우리가 쓰는 개념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 승인 2023.04.1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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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살아가면서 개념(槪念)의 이해가 성과를 좌우한다. 개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말한다. 개념어는 단어의 개념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해하여 판단하게 해준다. 우리는 매일 많은 개념어를 쓰면서 사고(思考)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개념을 정확히 인식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개념어는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필자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면서 무척 궁금했다. ‘예술’이란, ‘과학’이란, ‘문학’이란 말은 누가 번역했을까. 웹을 뒤지고 인터넷을 뒤지고 알게 됐다. 본시 영어 단어를 누가 왜 그런 식으로 번역하였을까가 항상 의문이었다. 바로 그 주인공은 18세기에 태어난 ‘니시 아마네(西周)’라는 일본의 정치가이자 계몽사상가였다. 이제껏 우리는 수많은 개념어를 쓰면서 일본에 빚지고 있는 꼴이다. 주자학을 신봉하던 조선시대 우리 인문학자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난제였을까. 아니면 쇄국(鎖國) 탓일까.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개념이 사실상 온전한 한국인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독립 연구자 야마모토 다카마쓰는 서양에서 이입된 지식과 번역의 문제를 파고들다가 ‘니시 아마네’의 ‘백학연환(百學連環)’이라는 문서를 알게 되었다. 백학연환은 1870년경 니시 아마네가 서구의 학술을 쉽게 소개하려고 사숙(私塾)에서 강의한 내용을 그의 문하생 나가마 유타카(永見裕)가 필기한 강의록이다. ‘백학(百學)’은 말 그대로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말한다. ‘연환(連環)’은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뜻한다. 백학연환은 Encyclopedia의 일본 번역어로 ‘백과사전’을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백과사전도 일본인이 만든 개념어다.
당시 니시 아마네는 서구에 유학하여 다양한 학문을 접하면서 이들 학문은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시도한 결과물이다. 문학, 정치학, 경제학, 법학, 생물학, 천문학 등의 개념어는 18세기 일본인에게는 생소했을 듯하다. 비평, 철학, 심리, 규모, 발명, 발견 등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서구의 지식체계가 서로 얽히며 새로운 개념어가 태어나는 과정은 실로 마법(魔法)과도 같게 느껴진다.
여러 개념어가 우리가 흔히 읽고 쓰는 용어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이 든다. 한국은 일본에서 만든 수많은 번역어를 음독(音讀)만 한 채 그대로 수입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18세기 아마도 일본에서는 그리스어나 라틴어에 기원을 둔 서양 말을 ‘일본어’로 번역하려고 각종 문헌을 전후좌우로 살피며 부단하게 애를 썼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개념어를 쓰는 필자 역시 미안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제껏 우리나라 인문학자들은 개념어가 어떤 과정으로 우리가 읽고 쓰고 있는지 아니면 많은 개념어가 어떻게 대한민국에 받아들여지고 정착되었는지 연구물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어떤 개념어는 그리스어 기원은 무엇이고 라틴어 기원은 무엇이다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humannity가 ‘인도(人道)’에서 ‘인문(人文)’으로, system이 ‘규모’에서 ‘체계(體系)’로 이해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개념어가 탄생하는 과정을 좀 더 학술적으로 파고들어 정밀하게 의의를 짚어주는 글이 많이 나와야 한다. 
야채(野菜)는 일본어다. 우리는 채소(菜蔬)가 맞다. 방송에 나오는 영양학자들은 ‘야채’라고 한다. 자막은 ‘채소’로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학자들이 일본어 영양학책만을 봐서 일거다. 필자는 농학을 전공해서 가정에서 채소론자다. 아내도 결혼 초에 ‘야채’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채소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세 며느리가 시집와서 “어머니 ‘야채’가 어디있죠” 하면 “며늘 아이야, 아버님 앞에서 ‘야채’라 하지 말고 채소라고 하거라.”라고 말할 정도다. 개념어 하나 제대로 사용 못하는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가. 환경보호와 관련된 ‘에콜로지’는 일본에서는 생태학이라고 번역한다. 니시 아마네는 서구 학술이 일본에 수입될 즈음에 그때까지 없었던 많은 개념어를 만들었다. 말의 기원을 아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내력을 알지 못하면 그 필연성도 잃게 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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