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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수상의 영광과 초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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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수상의 영광과 초심의 자세
  • 진순분 시인
  • 승인 2023.03.2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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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많은 이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계절은 참으로 정직하다. 경칩이 지나고 나니 날씨가 한낮에는 햇볕이 무척이나 따스하다. 봄은 설렘의 계절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봄을 좋아했다. 왜 그런지 봄은 희망을 주는 느낌이 있다. 새봄에 파릇파릇 새싹이 트는 것을 보면, 참으로 생명의 경외감이 절로 느껴진다. 꽃도 아름답지만, 꽃보다 눈부신 신록이 더 아름답다.

새봄을 맞으니 지난해 영광스러웠던 순간이 떠 오른다. 작년엔 새해 벽두부터 뜻밖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등단 20년 이상 된 시인으로, 그해 《시조미학》에 발표된 작품 중에 최우수 작품을 뽑는 것이다. 상을 타는 일은 정말 기쁜 일이다.

나는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때 심사위원은 박재삼 선생님이셨다. 그다음 해 1991년 『문학예술』 시 부문에도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알고 보니 또 박재삼 선생님께서 심사하신 것이다. 정말 우연치고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연유로 박재삼 선생님 댁에 한 번 찾아가 뵌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라, 선생님께서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사거리 신호등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게다가 더운 여름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그렇게 길가에서 서 계셨다. 문단 햇병아리였던 나는 그때 얼마나 면구하고 황송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무」라는 선생님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이여,/ 저 흔들리는 나무의/ 빛나는 사랑을 빼면/ 이 세상엔 너무나 할 일이 없네”라는 구절을 직접 넓은 한지에 붓으로 크게 써주셨다. 그날 소중하게 표구를 해서 걸어 놓고 지금도 시가 안 될 때마다 바라본다. 아득한 시간의 저편 문단에 내 보내 주신 故 박재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햇볕이 익어가듯 가을이 깊어갈 때, 뜻밖에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소식은 한참이나 먹먹했다. 몇 번이나 사실을 확인하고서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정말 기적처럼 나에게 다가온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시조의 최고 권위인 가람시조문학상이기 때문이다. 가람 선생님은 시조 혁신을 강조하신 분이다. 현대시조의 아버지라 일컫는다.

오래전 문학기행 갔을 때, 가람 선생님 묘소에서 술 한 잔 올렸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선생님 뒤를 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게 해주십시오’라고 그 소원은 막연했지만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가람 선생님께서 이제 소원을 들어주신 듯하여 절로 고개를 숙인다. 가람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한편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특히 연로하신 어머니는 감격하셔서 흐느껴 우셨다. 어머니가 시상식에 오셔서 수상의 영광을 몸소 느끼시고, “이렇게 기쁜 날이 없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하실 때, 어머니를 이렇게라도 기쁘게 해 드린 것 같아서 나도 눈물이 흘렀다.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일기장에 쓰면서 글 쓰는 일이 좋았다. 흰 종이를 보면 무언가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마음껏 상상하는 세계가 즐거웠다. 그렇게 글을 쓰며 성취감과 더불어 행복했다. 지금까지 내가 시조에 기대어 살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에게 고맙기만 할 뿐이다. 그동안 나를 아껴주고 격려해주신 문단의 선후배님들께도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새봄을 맞아 지난해 두 번이나 영광스러웠던 시상식을 돌이켜 본다. 지금껏 시조에 매달려 온 지난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오직 한 우물을 파왔고, 한결같이 꾸준하게 써 왔다. 눈에 띄지도 드러내지도 않으며 조용히 시조를 써 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수상하는 순간이 더욱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지금껏 초심의 자세로 시조를 써 왔듯, 그 마음 흐트러지지 않게 다잡아 쓰려고 한다. 긴 시간 오로지 이 길을 견디어 왔듯 또 걸어갈 것이다. 더 열심히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후학들에게도 되도록 창작의 견문을 밝혀주고, 등단한 신인에게는 늘 초심의 자세로 치열하게 글을 쓰라고 당부한다.


진순분 시인
진순분 시인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1991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 당선

시조집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바람의 뼈를 읽다』 현대시조100인선 『블루 마운틴』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익명의 첫 숨』 6권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윤동주문학상, 문학과비평 시 부문 대상, 수원예술대상, 올해의시조집상, 시조시학상 본상, 수원문학 작품상, 경기도문학상 본상 외 수상


옥매화
옥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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