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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꺼져가는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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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꺼져가는 불씨
  • 임화자 수필가
  • 승인 2023.02.17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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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닌 고령화 시대에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치매는 이제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질병이 아니고 고령화 사회의 동반자가 치매이다. 방금 읽었던 책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잦다. 그뿐 아니라 글을 쓸 때 적절한 어휘가 잘 떠오르지 않고, 손에 쥔 물건을 찾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말을 할 때도 생각들이 머리에서 맴돌기만 하고 입으로 터져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는데…….
나이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자위해 보지만 어쩐지 서글퍼진다.
가족의 이해와 보살핌, 의료진의 전문적 의료행위, 간병인의 세심한 돌봄,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을 통한 뒷받침 등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현실을 너무 어려운 일들이 많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더불어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이 노인성 치매 환자라고 한다. 노인성 치매 환자 중 병원이나 요양원 등 전문기관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13%이고, 치매를 병이 아니라 단순히 노화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거나 불치병으로 인식해 진단조차 받지 않고 방치되거나 단순 보호 상태로 있다고 한다.

요양원에 어머니가 계시어 병문안을 하러 가다가 인지능력이 있는 분들에게 비즈 공예를 가르쳐 달라는 원장님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게 봉사를 하였다. 그동안에 우리 어머니도 점점 기억력이 쇠약해지며 끝내는 딸 까지 알아보지 못하시고 누워 계시다 소천 하셨다. 요양원에서 인지 능력이 있으시어 활동하시던 분들도 처음에는 20여분 계셨는데 점점 줄어갔다. 그 중에 잊혀 지지 않던 어르신이 있다.
젊어서는 한 인물 하셨을 것 같은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무척 명랑하시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 하셨다. 특히 ‘산 너머 남촌’가곡을 좋아 하셨다. 그 노래를 예쁘게 무용까지 하시며 부르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갈 때는 누구보다 반겨 주셨다. 
“산 너머 남촌 어르신, 오늘도 수업하기 전에 노래 먼저 듣고 싶은데요.” 
그러면 아주 수줍은 표정을 지으시며 일어나셔서 무용을 하며 노래를 부르신다. 이절 까지 가사를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이 노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학교 다닐 때도 노래를 시키면 꼭 이 노래   를 불렀어.”
하고 늘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실 때는 아주 행복해 하셨다.
그런데 1년이 지나 갈수록 가사를 잊어 버려 3년 째 될 때는 일절도 다 못 끝내셨다. 그렇게 맑고 자신 있게 부르시던 분이 힘이 없어 소리도 작아지셨다.
3년째 되는 어느 날 수업에 나오시지 않으셨다. 방으로 찾아뵈니 누워계시며 그래도 나는 앓아 보셨다.
“산 너머 남촌 어르신, 노래도 불어 주시고 팔찌도 만드셔야지요. 이렇게 누워 계시   면 어떻게요?” 
내 말은 알아 들으시면서도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만 저으셨다. 그 뒤로는 수업에 참여를 못하시어 마치고 올 때 잠간 들려서 인사만 하고 돌아 왔다. 그 해가 다 가는 12월에 갔을 때 할머니는 볼 수가 없었다. 돌아가셨단다. 그렇게 예쁘셨고 노래를 잘 부르시던 할머니도 세월에는 막을 수 없이 사라지신 것이다.
어머니도, 그 어르신도 서서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사라져 가시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며 가슴 뻐근한 아픔이 남아있다.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4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68만6000명으로 노인 10명 중 1명꼴이라고 하며, 80∼84세 노인을 기준으로 하면 100명 기준으로 치매 유병률은 약 25명이라고 하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속도를 보면 치매 환자는 지금보다도 훨씬 늘어날 거라고 예상 된다.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이 죽음을 업은 또 하나의 길일 것이니 닿는 인연의 길들을 귀히 여길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과정에서 죽음의 과정으로 넘어가는 동안 끝까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기 주체성과 존엄성을 지킨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현실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임화자 수필가
임화자 수필가

약력
한국 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및 이사
한국 경기수필가 협회 이사
경기 여류 회장 역임 및 고문 
문학과 비평 회원
경기예술가상(2017. 1.21)  - 백봉문학상(2017.12.21.)
경기일보 여성 컬럼, 월간경기, 문교장학, 새 교육 신문등 다수 집필 발표
오산 화성 여교사회 회장 역임 (청솔 밭 수필집 공저)
수필집 '행복을 꿰는 여자' . ‘세월의 모래밭에 묻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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