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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내 마음 다시 어머니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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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내 마음 다시 어머니 곁으로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3.02.1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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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하얀 달빛이 봄바람에 하늘거립니다. 달빛 속에는 늘 그렇듯이 어머니의 숨결이 들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봄이 되면 마당에 피어있는 노란 냉이꽃과 보라색 제비꽃을 보시면 방으로 들어와 곤하게 자고 있는 저희들을 깨우셨습니다. 
“얘들아, 일어나렴, 마당에 봄꽃이 피었어.”  
어머니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셨지만 그 것도 잠시 일찍이 어머니를 잃으셨습니다. 그 바람에 새 어머니를 모시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고생을 하셨습니다. 그 슬픔을 달래려고 어머니는 학교공부에 전념하시며 공부를 재미로 일상을 달랬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잘했다고 칭찬을 하시면 그 말씀이 좋아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시골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좋은 학교를 다니시고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셨지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공직을 버리시고 수차례의 사업에 손을 대셨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셔서 결국은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안하시고 저희 사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맏이인 저는 그런 어머니를 무척이나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어머니의 고운 손길은 옷 만드는 일이나, 음식 만들기, 또는 뜨개질 등등 소소한 모든 것에도 못하는 것이 없이 주위 분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어린 시절엔 그런 어머니가 늘 자랑스러웠고 좋았습니다. 사남매는 그럭저럭 세월을 지나 각기 제 자리에서 삶을 영위하고 막내 남동생이 어머니를 잘 보필하고 모시고 있습니다. 동생의 아이들을 잘 키워주시고 사랑도 듬뿍 주셨습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이제는 구순이 되신 어머니는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과의 이병을 할 때가 되신듯합니다. 동생은 가족 단톡 방에 어머니의 근황을 알려옵니다. 오늘도 톡방을 살펴보다가 어머니가 많이 힘들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책상에 엎드려서 혼자 통곡을 하고 울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껏 살면서 혼자 소리죽여 울어 본적도 없고 더욱이 엉엉 소리를 내어 울어 본 적은 더욱 없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만 흘렸을 뿐 소리를 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아니 소리 나게 울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가 그리울 때는 혼자서 눈물을 흘렸지마는 가슴이 에이거나 지독하게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을 떠나가신 것이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워낙 연로하셨으니 가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에 왜 이리 통곡을 하며 울게 되었을까요. 이제 얼마 안 남은 시간, 또 다시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되니 걱정과 슬픔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고생하셨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저는 지금 혼자만의 방에 앉아 있습니다. 발도 떨어지지 않고 움직일 수조차 없습니다. 미리미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시간을 다투던 일을 마저 해야 하고 날마다 하는 일을 점검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알고 계실까요? 열이 많이 오르시고 몸이 많이 부어 있다고 메시지가 오는데 벌벌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몇 번은 추위가 와야 할 텐데 어떻게 어머니를 차가운 땅으로 모셔야 할런지요. 그 걱정도 보통이 아닙니다. 환하게 불 켜진 방안은 고요합니다. 눈을 감고 어머니 생각을 떠올립니다. 초저녁까지 비스듬히 걸렸던 달은 이제 하늘 중천에 떠 있습니다. 제가 늘 다니 던 길에는 그 달이 언제나 저를 따라 다녔습니다. 길을 걸어갈 때도 차를 타고 어딘가를 다닐 때도 달은 언제나 제 주위를 맴 돌았습니다. 달이 뜬 날은 마치 어머니가 제 곁에서 보살펴 주시는 것처럼 느껴져 하나도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을 쳐다보니 눈물이 납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 먼 곳으로 어머니가 가시려 하다니 하염없이 슬프기만 합니다. 아주 어린 날 뼈 속까지 열이 올라 많이 아팠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두 살도 안 된 그 날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 생각에 어린 제가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포대기로 저를 감싸 등에 업고 그야말로 십리 길을 병원으로 달려가셨습니다. 그날도 오늘같이 달이 휘영청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열이 나서 늘어진 제 눈에도 달빛은 너무나 영롱하고 밝게 비쳐주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먼 길을 가시면서 몇 번이고 저를 불렀습니다. 가는 길에 혹시 명을 달리 하지나 않는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어린 저에게도 읽혀졌습니다. 간신히 대답을 하면서도 너무나 아프고 힘들어서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그 날은 언제나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성장해서도 신작로 달빛 환한 그 길이 신기하게도 생각이 나곤 했습니다. 오늘도 어머니의 소식을 들으며 하얗고 눈부시게 환했던 그 길을 생각합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도 시름시름 몸이 아파왔습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기에 저에게도 그 아픔이 전해져 온 것만 같습니다. 차라리 제가 더 많이 아프고 어머니가 덜 아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 철이 나는 어리석은 딸이 어머니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요. 또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동생들도 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전화 때도 우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거든요. 어느 의사선생님이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사람을 왜 불쌍하다고 하느냐고...
아마도 오늘 같은 날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아픔 없이 사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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