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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천등(天燈) 이진호 스승의 그림자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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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천등(天燈) 이진호 스승의 그림자를 따라서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 승인 2022.08.2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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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하늘등불이란 아호를 가진 천등(天燈) 이진호 선생님은 아동문학가, 시인, 문학박사로 한국문단의 거목이시다.

어릴 적 나는 그 분을 스승으로 모셨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글짓기 반에서 인연이 되었다. 어린마음에도 선생님은 당당하셨고 자신감이 넘치셨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하셨으며 예지로운 모습에 남다른 열정을 품고 계셨다. 글짓기 반 생활이 무르익던 어느 날 선생님은 과제를 하나 주시면서 집에서 동시를 써 오라고 하셨다. 어렸지만 글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넘쳤던 나는 나름대로 집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담아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써 갔다. 다른 친구들은 과제를 해 오지 않았는지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쭐한 마음에 몇 분 되지 않아 집에서 써 온 시를 겁도 없이 벌떡 일어나 보여 드렸더니 좀 더 생각해서 다시 써 보라고 하셨다.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다시 써보라고 하신 말씀에 무척 부끄러웠던 생각이 난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의 지도법은 남달라서 문장을 수정해 주시기보다는 스스로 문장을 해결하는데 더 촛점을 맞추셨던듯하다. 주위에서는 선생님을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작가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그것도 맞는 것이 새마을 찬가 ‘좋아졌네’와 군가 ‘멋진 사나이’를 작사하셔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암울한 시대에 활력을 주셨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선생님은 꾸준히 동요가사를 지으시고 작곡도 하셨으며 170여개 학교에 교가를 작사 작곡해 주셨으니 가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올해는 60여년의 주옥같은 작품 411곡을 수록한 노래책 ‘좋아졌네 좋아졌어’를 출간하셔서 후배로서 더욱 기쁜 일이 되었다.

그런 선생님과 나의 아버지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셨고 우연히 시비詩碑 제작 관련 인사를 나누던 중 60여 년 전의 어린 시절을 회고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아버님은 이제 90세를 넘겨 정정함을 잃어가고 있지만 젊은 시절 같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근무하셨던 기억을 살려내셨다. 그 때문에 아버지의 「삼탄강」시비와 「이화령」시비 소개를 직접 이진호 선생님께서 신문에 내 주시기도 하셨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간다고 했는데 선생님과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다시 회자되어 올 줄은 나 자신도 정말 몰랐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문인화 개인 작품집을 정리하여 출간해 내셨다. 그 작품집을 펼치면서 이제는 저물어 가는 아버지의 삶 속에 스승 이진호 선생님의 건강하고 활기찬 행보가 교차되어 뇌리 속을 스쳐 갔다.

아버지의 교직인생 속에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신 이진호 선생님과의 인연은 나에게는 아주 깊은 의미가 서려 있었던 것이다. 일련의 예로 어느 날 조회시간에 갑자기 글짓기 수상자로 내 이름이 호명되어 졌고, 동시부문에 상을 받게 되어 수천 명의 학생들 앞에 섰을 때의 묘한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그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그 기억을 잊지 못해 그랬는지 후학을 가르치는 교단에 섰을 때는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심어 주고 싶어 많은 노력을 경주했었다.

요즘도 선생님은 하얀 수염을 날리시며 세월을 관조하고 계시고 깊은 내면의 소리를 문학으로 끊임없이 배출하고 계신다. 가끔 전화 통화 속에서 기억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계시는 힘없는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하시며 안타깝게 표현하실 때는 마음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제 우리 『수원문학』도 61호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번 『수원문학』61호에는 선생님의 작품을 <초대시>에 넣으려고 한다. 어릴 적 꿈은 살아가는데 더할 나위없는 활력소요 영양제이다.

그 꿈을 일으켜 세우게 해 주신 이진호 선생님과의 인연을 소개로 이 땅에 꿈을 꾸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인연의 소중함과 인생의 전환점을 새롭게 만나보라는 뜻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이진호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세대 속에 우리의 부모님도 계시고 그 분들의 삶이 거울이 되어 우리 후손들에게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작든 크든 언젠가는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멀리 보며 꿈을 꾸지만 과거를 회상하며 하루를 견고하게 쌓아가는 것이라고.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은 다시 살아나며 부단한 노력은 결국 최종의 튼실한 결실의 열매를 맺는 소산물이라는 것을.

이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성예언임을 곁들이며 존경하는 이진호 선생님의 그림자를 따라서 문학의 길을 세상 끝나는 날까지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출처 : 새수원신문(http://www.newsu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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