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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여름의 푸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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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여름의 푸른 그림자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7.2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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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여름이 산과 들에 내려온다. 푸른 시간들은 작열하는 시공간을 추월하여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강열한 빛과 타오르는 갈증을 싱그러운 녹음은 겁 없이 주워 담아 상상과 현실을 혼돈하게 만든다. 그 한 편으로 티 없이 밝은 상상이 공중에 흩어진다. 가끔 바람은 청량한 손길로 부드러운 관심을 가지며 주위를 맴돈다. 시원한 느낌은 여름의 생명수와도 같다. 하루를 보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젖는다. 어제는 분명 안온하고 조용한 날인데 갑작스런 여름밤은 격렬한 파괴력을 가졌는지 무차별하게 달려들고 있다. 회원으로부터 온 몇 줄의 문자가 자괴감을 동반하며 거침없는 급 하강을 가져왔다. 심호흡을 해도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안간힘을 다 해 밤하늘을 바라 보다 영롱한 별들과 눈을 마주친다. 그러나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다.

잠시 전 까지만 해도 하루를 반성하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이 무슨 해괴한 조화인가. 간단한 식사와 식후의 커피 나긋나긋한 담소는 행복감으로 전신의 말초신경까지 편안하고 아늑하게 물들게 해 주었는데. 그것도 잠시 반전의 시작은 고작 몇 줄의 메시지로 걱정과 불안을 몰고 왔다. 마음은 이렇게 간사한 걸까. 그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무엇부터 잘 못 되었는지 머리가 터질 정도로 고민해 봐도 답이 없다. 무참하게 짓밟힌 자존심은 갈 길을 몰라 무채색의 터널을 지나고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흐른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의 반란이다. 어디까지나 일상에는 롤러코스터가 존재한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평정이 안 되는게 더욱 심기를 사납게 한다. 

“무슨 소리 못 들으셨어요?” 

“아무런 말도 못 들으셨나요?” 

해명을 해야 한다는 걱정스런 메시지가 자꾸만 뇌리에 남는다. 분명 잘못한 것도 없고 실수한 것은 더욱 없다. 성격상 열심히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 하려고 했고 노력한 것 뿐. 그러나 상상은 거침없다.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담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참 고약한 사람들이다. 종이 한 장, 물건 하나 들어 준 적도 없는 그 들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다니 말이 안 된다. 점점 더 답답하게 몰려드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그 어느 것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을 만큼 묵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이 일은 아주 큰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말들이 허공을 떠돌면서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반문해 보지만 별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윽고 알만한 회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건다. 

“무슨 말 못 들으셨어요?”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도 영 시원치 않다. 간신히 한 명의 회원에게서 실마리를 푼다. 그녀가 응답을 한다. 

“너무 힘들었어요. 쉬지 않고 야단을 쳐서 급기야는 일을 해야 된다고 말했더니 할 수 없이 끊었어요. 우리 선생님 어쩌면 좋아요. 그들의 기세가 대단해요.”

밑도 끝도 없이 걱정스런 말은 더욱 진퇴양난이다. 한참 목소리를 높여가며 사정이야기를 하니 위로의 말이 간신히 들려온다.

“너무 속상해서 어째요. 고생만 하셔서.”

그렇다. 마약을 먹은 것 같은 하루가 길고 또 끈질기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아마도 이일이 이대로 풀리지 않으면 무언가 귀결이 보일 것이다. 마지막! 생각하니 시원하기도 하다. 마지막이라니.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새로 시작하는 것, 참 좋은 생각이다. 후련하지만 현재의 해결은 아니다. 이후의 일일 뿐.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며 갑자기 무서워지는 세상이 싫어진다. 일이 좋아서 들어 간 일, 스스로가 자초한 그 일은 묘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 학연이냐, 인연이냐 그 들이 설왕설래 하고 있다. 그래. 이쯤에서 끝내자. 당당하게 정리하자고. 그에게 가서 말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멀뚱하니 쳐다보는 모습이 크로즈업 된다. 생각하니 우스운 일이다. 그도 나처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이렇게 꼬이는가. 

심호흡을 하며 불 꺼진 집으로 들어오려는데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참 잘 왔어요. 푹 쉬셔야지요.’ 

그렇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여름의 푸른 창이 열릴 것이다.

언젠가 처럼 나는 그의 밥을 지어서 탁자위에 올려놓을 테고 시간은 아무 장애도 없이 흘러갈 것이다. 괜한 걱정으로 시간 낭비한 하루의 끝자락이 낯설어 진다. 

‘에라 그만 잠이나 자자.’

너무도 심하게 지쳐버린 돌파구는 잠자는 일. 그리고 망각의 꿈나라로.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은 아무런 일도 없이 지나갔다. 문제는 그냥 문제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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