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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낮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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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낮선 하루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6.2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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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복잡했던 하루가 흘러간다. 소꿉놀이 같던 시간들이 포개지더니 이제는 어둠의 덩어리로 누군가의 집 지붕위에서 나른하게 누워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투명한 밤하늘을 지그시 올려다본다.

오늘은 하지였다. 하지의 낮은 날씨가 불에 구운 것처럼 뜨겁다 못해 타는 듯 했다. 이런 날 외형의 불꽃도 불꽃이지만 내면의 불꽃은 더욱 심란하게 뜨겁다.

아침부터 며칠 뒤면 해야 할 행사 준비로 바빴다.

서로가 함께 힘을 모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뜨거운 하늘을 위로 두고 회원 두 사람은 현수막을 달았고 경품에 붙일 번호표 준비를 했다.

그 다음은 바깥에 그림이 있는 시화 현수막과 신간저서 출판소식 현수막을 붙였다.

라벨지를 잘랐지만 잘 안 떨어져서 접착부분을 떼는데 시간이 걸렸다.

간헐적으로 손님이 들이 닥친다. 올 때 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준비해 둔 차를 대접한다. 그는 너무 분주하게 움직였는지 아침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성급한 탓에 일을 늦추거나 천천히 하는 일은 아주 싫어한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다 같이 비슷한 성격을 가졌는지 일사분란하다. 얼마 후 경품상자에 포장된 물건들이 하나 둘 들어찬다. 어제 하루 종일 포장한 물건들이다. 경품준비를 해 준 지인은 무척 세심한 사람인 것 같다. 작은 돈으로 나눔의 기쁨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물건을 샀다고 해서 종류를 물어보니 생활 필수품인데도 품목이 재미있다.

세상이 많이 바뀐 느낌이 확 들어온다. 열거하자면 「스퀘어손잡이 두피 브러쉬」 그냥 「두피 브러쉬」해도 되는데 앞에 덧붙인 이름은 무엇인가. 미소가 저절로 생긴다. 그야말로 브러쉬는 분홍색의 뾰족한 플라스틱 빗살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눈길을 끌려고 디자인을 한 것 같은데 호기심이 가는 색깔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마치 무심한 사람이라도 당연히 사서 써야 되는 것처럼. 그 다음 품목은 화이트 레이스 「육각 밥상덮개」이다. 작은 레이스 우산 같다. 아가들이 가져 놀만한 장남감식 밥상덮개다. 하지만 요즈음 밥상 덮개는 예전처럼 클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반찬 몇 개가 주 음식만 덮으면 되니까. 아니면 간식 정도 덮어 놓으면 딱 좋은 크기다. 만약에 추첨을 하게 되면 그 밥상 덮개를 받았으면 좋겠다. 소망은 가격과 상관이 없나 보다. 가지고 싶고 필요한 것에 마음이 가니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가진 것 많고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 그게 다가 아닌 것처럼 그저 나와 잘 맞는 사람이면 된다. 함께 눈 마주치면 웃음이 나오고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힘든 일에 격려하고 좋은 일은 서로 박수치는 사이.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번에는 무언가. 「멜라민 쟁반」이다. 멜라민이 뭘까. 쟁반의 재료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여튼 세상이 변해서 앞부분에 명칭을 단다.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용어로. 아마도 이 세상의 용어를 다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다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방충비드」다. 참 고약하다. 비드가 뭐냐구요. 찾아보니 「비드는 흔히 Ferrite core의 대용으로 일반적으로 인덕터와 같다고 보면 된단다. 비드는 구슬, 유리알, 비즈라는 뜻이 있다고 덧붙여 있다. 앞부분은 너무 외래어와 혼용이 되어 잘 모르겠다. 그 다음을 읽다 보니 약간 감이 잡힌다. 그 뒤로 무려 열 여덟개 종목으로 여든 개를 구입해 왔다.

회원들이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 5개의 박스에 번호 순번을 정해 찾아 주기 쉽게 분배를 했는데 자꾸만 허리가 아프다는 회원이 있다. 마음이 아프다.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하려고 하는 일인데 조금만 하면 아프다고 하니 공연히 미안해진다. 서서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열두시가 다 되어 간다. 이런저런 일로 카톡과 허송세월하다가 스스로 화가 나는 것을 참는다. 해야만 하는 과제에 몰두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를 못 찾은 것이다. 하루의 파란은 이렇게 몰려온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눈을 감는다.

스스로 답지 못한 하루가 버거운 것은 안온한 여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서둘러 마지막 해야 할 일을 기사로 적으며 심호흡을 한다. 오늘은 참 생각과 다른 시간의 연장이었다. 경품에 꼭 「화이트 레이스 육각 밥상 덮개」를 뽑는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며 잠자리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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