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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느 날의 까페 풍경, 다섯 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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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느 날의 까페 풍경, 다섯 번째 계절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5.2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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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얼마 전부터 협회회원이 까페를 차렸다고 인사를 가잔다.

가까운 지인이 까페를 차리는 것은 처음이라 내심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어떻게 그녀는 시작을 하고 있을까. 마음걱정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떻게 처음을 시작할지 별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에 어떤 규모로 차렸을까, 현대적인 감각으로 시크하게, 아니면 복고풍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니 오래 된 까페를 리모델링해서 시작한단다. 전기에 대해서 잘 아는 회원이 음악을 깔아 주고 선 정리도 하면서 하루 종일 음악이 흘러 너무 좋다고도 한다.

알고 보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까탈스런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마음을 잘 들여다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 많고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전기 선정리를 해 준 회원은 어디서나 묵묵히 도움을 주고 잘 살펴 주기 때문에 이번에도 까페 준비작업을 잘 도와 주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얼른 가 보고 싶었지만 일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차일피일 미루다 한 달이 훌쩍 넘어서야 몇몇 회원들과 함께 까페를 찾게 되었다. 이날따라 할 일이 많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약속까지 잡혀서 안절부절 하다 늦게야 지인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까페 이름은 작가답게 끌림이 있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다섯 번째 계절>이라니 은근히 끌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대하는 마음은 어느새 도수를 높이고.

약 삼십분 정도 달리니 쿤 길가에서 약간 들어간 산자락 곁에 동화의 한편 같은 느낌의 까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전직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녀의 까페 문을 여는 순간 앙드레 지이드의 『좁은 문』을 들어가는 야릇하고 신비스런 전율이 흘렀다.

어린 시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었을 때는 무언가 인생에 대한 경외스런 경험과 풀리지 않는 삶의 수수께끼를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까페의 분위기는 편안하게 품어 안는 연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 곳에 시인의 까페라니.

그녀의 까페는 고혹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러움을 답고 있었다. 붉은 네온과 푸른 네온이 교차하면서 신령스러운 분위기, 마치 한 여인이 까페의 주인이 됨을 세상에서 최고인양 마냥 행복하다고 웃고 있는 듯 했다.

그녀가 보이지도 않는데 ‘어서 오세요’라고 말 하는 것도 같았다.

편안하고 아늑한 행복감이라니, 마치 그녀가 그녀의 내면을 스스럼없이 내 보이는 듯한 착각에도 빠지게 하는 것도 같았다. 그녀는 한껏 미소를 띠며 초록색 모시송편과 함께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향의 쌍화차를 직접 만들었다며 제법 묵직하면서도 품격있는 나무접시와 함께 찻잔을 들고 왔다. 쌍화차는 다 먹을 때까지도 따끈함을 커피잔에서 사라지지 않게 했다. 손님을 위한 자상한 배려였다. 쌍화차 속의 갖가지 내용물은 약간 비싼 느낌의 가격을 대별해 주는 듯 했다. 작고 동그란 아기 밤과 호두, 잣으로 꽉 채워진 쌍화차는 영양의 최고를 보여 주었다.

이어서 내온 대추자는 또 다른 반전. 그동안 먹어 보지 못한 맛의 대추차는 여름을 느끼게 하려는지 차가운 맛을 보여 주는데 그 또한 깊은 우리나라 전통의 대추차 맛 진수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이렇게 잘 만들었어요. 분위기도 최곤데 너무 아늑하고 좋아요”.

나도 몰래 탄성을 자아내며 말하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던 회원들도 칭찬 일색이다.

봄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녹음이 창안을 들여다 보며 우리의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숲 밖으로 지나가는 차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고 영화처럼 화면이 전개 되는 실감을 보는 듯 했다. 마치 몇 십 년은 족히 되었을 나무들의 우람하고 굵은 몸체와 넓죽넓죽한 초록 잎새들은 까페 주인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 겹 한 겹 감싸 주는 것만 같았다.

본 차를 두 잔이나 마시고, 이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둥글레 차물을 몇 번이나 따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몰랐다.

결이 고운 까페의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문협에서 가까운 지인을 통해서였다. 회원이었지만 대화를 하거나 눈인사도 변변히 못한 내가 중책을 맡아 쩔쩔매게 되었을 때 함께 편집 일을 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몇 번 대화를 하다 보니 그녀는 수시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잘 맞추기 위해 대화법을 연구 한 듯 했다. 본인도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듯 했으나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무한히 노력한 흔적이 더욱 돗보였다.

분명 그녀의 까페는 잘 운영되리라는 라는 직감이 벌써 들어버렸으니까.

“겨울에는 쌍화차를 마시러 사람들이 많이 온대요. 그 전 주인이 오래해서 단골들이 많이 와요”

그녀의 까페에서 집으로 돌아 올 때까지 고운 정성과 미소가 잔상으로 남아 한동안 내 마음을 촉촉하게 붙들어 두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자상하고 고운 행동이 까페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더 나아가서 모임의 친구들과 그 까페에서 담소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그녀의 까페 이름처럼「다섯 번째 계절」에 대한 기다림을 두고두고 음미하며 은밀하면서도 행복한 차를 마시고 있음을 미리 짐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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