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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드라마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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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드라마 소환
  • 이성수 소설가
  • 승인 2022.05.1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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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유선방송 채널에서 ‘전원일기’를 재방영하고 있다. 방영 채널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시청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원일기’는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다. 무려 22년 동안에 1088회나 방송했다. 그때 대다수 국민이 즐겨 보았던 역작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대중예술은 현실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 주제와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사회. 정치. 경제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관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술작품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 살필 수도 있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의 세계를 다루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공상의 세계도 당시의 시대 상황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따로 생각할 것이 없다.

전원일기는 농촌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대한민국의 80. 90년대 농촌을 관통해 놓았다. 지금의 시각으로도 작품의 힘을 크게 느낀다. 처음 보는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공감과 감동이 일어나 극중으로 빠져든다. 물론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발휘한 재능과 노력의 덕분일 것이다.

전원일기 출연진의 연기력은 역할마다 일품이다. 당시 농촌 모습의 스케치는 보존자료로서의 가치도 대단히 높다. 개울가에 모여서 빨래하며 수다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 마음을 부자로 만드는 깨끗하고 풍부한 개울물, 맛난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푸짐한 인심, 쌀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고충, 발 빠른 소문으로 사생활 보장이 어려운 이런저런 사건들. 농촌 교육의 실상과 고민. 농촌 노총각의 문제 등 농촌이 맞닥뜨린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다루어져 있다. 시작과 끝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회차도 있다. 그런데도 새로 보는 드라마처럼 궁금증이 유발된다.

극 중의 김민제 회장은 드라마의 중심이다. 한 울타리에 4대의 대가족을 거느리며 산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일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넓고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서 이끈다. 농사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땅을 오직 농토로만 볼뿐 여타의 이용에는 관심이 없다. 돈보다는 옳고 그름을 좇을 뿐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믿고 따른다. 누가 봐도 마을의 훌륭한 어른이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다르다. 칭찬도 퉁명스럽게 한다. 높은 효심으로 아내의 입장은 안중에 없다. 며느리를 셋이나 두었어도 시어머니의 체면과 권위는 별것 아니다. 그야말로 가부장적인 남편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복길 아빠 이일용도 만만치 않다. 그의 살림은 넉넉지 못하다. 그렇기에 그의 아내는 유불리만을 따져서 억척을 낸다. 그래도 이일용에게는 체면과 권위가 더 중요하다. 체면과 권위를 위해서라면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다. 아내를 터무니없는 논리로 윽박질러 제압하고 고집대로 행동한다. 물론 남성 위주의 성향과 행동을 빼면 나무랄 데가 별로 없다. 오히려 아내를 속정 깊게 사랑하는 남편이다.

당시에는 재미있는 드라마로만 보고 시청했다.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그러려니 넘겼던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다르다. 여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여태껏 들리지 않았던 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여성들의 모습이 애잔하고 안쓰럽다. 어떤 장면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변한 걸까, 시대가 변한 걸까. 아무튼, 뭔가는 변했다. 지난 대선에서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대남이니 이대녀니 규정하는 신조어가 생겨나 소란을 벌였다. 지금도 논란은 계속이다. 정치의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더 진해진다.

필자의 이십여 년 전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스스로 맡아 버렸다. 어느 날 쓰레기통 앞에서 낯모르는 주부와 마주쳤다. 내 모습에 놀라더니 ‘남자도 음식쓰레기를 버리네’ 혼잣말처럼 얘기하고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남성들이 많아졌었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성수 소설가
이성수 소설가

약력

수원문협 소설분과위원장

장편소설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칠십일의 비밀’ 등 다수

 

 

 

 


꽃무릇 [사진=류중권]
꽃무릇 [사진=류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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