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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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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염원
  • 김태실 수필가
  • 승인 2022.04.0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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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을 가로막는 벽을 넘으려 애쓴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불가능해 보여도 최선을 다하여 맞부딪치는 용기를 낸다. 하다가 안 된다 할지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도전한다. 불굴의 정신이다. 간절한 마음은 염원이고 꿈이기에 외면할 수가 없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을 느껴본 사람은 그 바닥이 새로운 발판이 된다는 것을 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삶, 정신을 지배하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삶을 꽃피우게 한다.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하고, 막막한 막판에 죽음을 맞대결하는 의지로 결국 이뤄내고야 마는 신념이다.

10만분의 1의 희귀병인 선천성 사지 절단 증은 팔다리가 없이 태어나는 사람이다. 그들의 특별한 삶은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 세계에 몇 명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나름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반면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이 삶은 절망뿐이라고 괴로워하는 이도 있다. 희망은 없다고 죽음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그 속으로 불나방처럼 뛰어 들기도 한다. 사지가 없어도 밝은 기운을 뿜으며 자신의 자리를 기쁘게 살아가는데 온몸이 멀쩡한 사람이 왜 절망만 생각하는가.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가슴에 지닌 염원의 힘이다. 일본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책 『오체 불만족』을 출간했다. 호주의 닉 부이치치는 골프, 스케이트보드, 서핑, 수영 등 각종 스포츠를 해내며 네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사지가 없는 나도 하는데 사지 멀쩡한 여러분은 훨씬 더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흑암에 갇혀있다고 느낀다면 빛을 향해 나아가보고, 절망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희망을 꿈꾸어 보자. 죽을힘을 다해 빠져 나간다면 절절한 환희의 노래를 부를 날이 올 것이다.

김홍빈은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과 히말라야 14좌를 등정한 산악인이다. 전 세계 산악인들이 8,000m급 정상을 도전하지만 14좌 완등은 거의 불가능 한 일이다. 스물일곱 살에 산에서 조난당한 후 동상에 걸린 손가락을 잘라야 했고, 열손가락 없이 뭉툭한 손목으로 14좌 등반을 성공한 그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 산악인이다. 혹독한 훈련과 간절한 염원이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일을 해 냈다. 높이 올라갈수록 산소가 부족해 숨쉬기가 곤란하고, 바람 휘몰아칠 때마다 눈사태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행보는 죽음과의 대결이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룬 후 8,051m 브로드피크의 가슴에 몸을 묻으며 생을 마감했다. 눈을 뜨나 감으나 간절히 열망하는 삶을 살다 사랑하는 그 가슴에 묻혔으니 그는 염원을 이룬 사람이다.

영화 <더 그레이>는 알래스카의 석유 추출공과 작업자들이 귀국하는 중 비행기 추락으로 죽음에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영하 30도가 넘는 혹한에서 늑대무리와 싸워야 하는 생생한 생존기이며, 눈 쌓인 산 속은 치열한 투쟁의 장소이다. 한명씩 늑대에게 사냥당하는 절박한 사투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삶이었는지를 알게 한다. 살아남고 싶어서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죽음의 상황을 벗어나야만 하는 인간의 절규이다. 늑대와 인간, 동물과 동물이 “끝까지 후회 없이 싸워보자”는 메시지에 후퇴는 없다. 우두머리 늑대의 배를 베고 누운 주인공의 머리를 보여줄 뿐 더 이상 설명 없이 영화는 끝나지만, 치열한 싸움 뒤에 최선을 다한 삶이 꽃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삶은 도전이다. 가슴 속의 열망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의지이다. 의지는 정신력이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싸워내는 염원이다. 꿈이며 소망이기도 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람은 살아간다. 상황이 열악하면 열악할수록 동물적 근성으로 맞대결하게 된다. 절망이라 생각할 때 그 절망과 부딪혀 보고, 오직 한 번뿐인 생을 포기하지 않고 후회 없이 싸워보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넘어져도 좋다”는 닉 부이치치의 말이 떠오른다. 내게 주어진 삶, 극한을 치닫는다 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암흑에 휩싸여 있다 해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간절히 생각하고 기원하는 염원은 결국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태실 수필가
김태실 수필가

약력

『한국문인』수필 등단, 『문파문학』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원, 계간『문파』이사, 계간『문파』편집위원, 한국가톨릭문인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원, 수원문인협회원, 동남문학회 고문,

시집 『시간의 얼굴』 외 1권, 수필집 『밀랍 인형』 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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