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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누군가는 방향을 묻고 누군가는 무작정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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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누군가는 방향을 묻고 누군가는 무작정 길을 떠난다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4.0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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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수년 만에 핑계거리를 만들어 칩거를 하고 있다. 얼마간 쭈욱 그럴 생각이다. 마음의 거리두기다. 오르지 못할 허상을 따라 무모한 방황을 하고 있다는 자신에게 마음의 위로라도 할 생각으로 핑계를 댄다. 편안하고 안일한 일상들이 쌓이니 소소한 행복에 싫증을 느낀 오만함이 여기저기 상처로 남아 흔들린다. 너덜너덜한 시간들이 뇌리 속에 여기저기 끼어서 너무 많이 너풀거린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챌 일이다. 고르지 못한 상황이 세상에 들켜버리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들고 자포자기 심정도 든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은 바로 그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니까 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집은 편안하다. 그동안 집에 있으면 갇혀 있다는 생각에 탈출하다시피 밤낮으로 나와 다녔는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니 반전의 생각이 든다. 그저 무엇 하나 걱정이 없어진 느낌이다. 얼마간의 시간을 무소유의 심정으로 보내고 문득 창밖을 보니 오전인데도 하늘이 뿌옇다, 흐린 날씨 탓인지 다시 마음도 침침하고 답답해진다. 마음은 참 간사하기도 하다.

이처럼 처음부터 누구도 목적지를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무모하기도 한 도전을 하기도 하고 상상을 현실인양 헤매다가 실패의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근원도 알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해답일지도 모르는데. 난관에 부딪칠 때는 길잡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하다못해 실마리라도 누가 풀어 주었으면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멀리 보면 그 또한 정답일리 없고 상황은 만만치 않다. 혼돈과 방황 일색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작은 희망의 웃음꽃은 피어나고 비상하는 새들이 날리기도 하니 염화시중의 미소라도 터득해야 하려나. 어쩌면 우주라는 큰 세계에서 보면 사건들은 아주 작은 먼지와도 같은 일일 것이다. 그런 미세한 미립자들과 세립의 편린들이 살아가는 힘을 부축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되짚어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생활 속 복병들이 요소요소에 숨어 복마전을 편다. 겉으로는 물 흐르듯이 순탄하게 보이지만 생각과 행동 속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며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요동치게 만든다. 다 그렇고 그렇다는 것이다.

쉬어있는 눈길을 따라 베란다의 빨랫줄에 널린 수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마치 무언가 할 일을 달라는 듯이. 축축한 몸을 닦고 물질을 닦아낼 때 그들은 소명을 다 하는 것처럼 보들보들한데 할 일 없이 걸려 있는 모습은 아무리 웃는 것처럼 보여도 너무 무미건조하다.

양파에 초록 싹이 남몰래 자라서 제법 한 뼘이나 커져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기쁨이다. 말없는 양파에서 싹이 난 것을 보니 생동감이 밀려온다. 저들도 무의식적으로 생명력을 과시하는데 우리도 작은 일상과 평범한 날들에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삶의 지도를 그린다면 마감시간이 가까워서야 자신의 궤적에 따른 선명한 지도가 만들어 질 것이다. 어디선가 문소리가 난다. 열고 나갈 길 없는 문을 찾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애를 썼던가. 아파트 베란다 고목나무에 누군가 놓고 간 소라껍질이 울타리를 만들었다. 생뚱맞기도 한 흔적이 소라껍질의 이야기를 유추하게 만든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기에 이 도시의 아파트까지 옮겨 왔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무들보다 유난히 이 봄에는 고목나무의 새순이 많아진 것 같다. 부족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살면 그만큼 힘이 되나 보다. 조그만 기대라면 하얀 소라껍질 울타리가 비바람에 변색이 되지 말고 잘 견뎌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시선의 끝을 잡은 소라껍질의 살아 온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상상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방향을 묻고 누군가는 무작정 떠나는 길, 오늘도 우리는 그 길의 물음표를 찾아가고 있다.

말없이 지켜보던 고약한 옆 짝이 한 줄 시를 남겨 놓고 후르륵 밖으로 뛰쳐나간다.

돈도 버리고 건강도 버리고 이름도 버리라고 하면서.

이 또한 그가 걸어 온 소산물에 대한 답이겠지만 몇 개는 맞고 몇 개는 틀리다는 것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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