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R
    17℃
    미세먼지
  • 대전
    H
    20℃
    미세먼지
  • 대구
    H
    15℃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H
    17℃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H
    16℃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H
    18℃
    미세먼지
  • 제주
    R
    14℃
    미세먼지
  • 세종
    H
    20℃
    미세먼지
[정명희의 문학광장] 성곽 옆 행리단길에 봄이 살포시
상태바
[정명희의 문학광장] 성곽 옆 행리단길에 봄이 살포시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3.06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새 봄이 안개비를 품고 이 곳 행궁동 행리단길에 내려 앉는 어느 날 오후, 잠시 밖을 내다보니 젊은 연인들과 청년들이 줄을 서서 식당 앞에 서 있다.

이제는 아주 익숙한 행궁동의 맛집 풍경, 누군가 시간의 얼레를 바쁘게 돌리는 듯한 행궁동의 시간은 날로 달라지는 거리의 풍광에서 아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거리가 바뀌게 되기까지는 누군가 치밀하게 아이디어를 냈고 누군가는 주민들과 많은 교감을 끌어내며 분주했을 것이다. 그러기를 족히 십년은 지나가고. 차 없는 거리부터 행궁광장의 오밀조밀한 변모까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으리라.

이년 전 우연찮게 협회일로 머물게 된 이 곳 행궁동 행리단길, 누가 불러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날인가 이 거리의 한 켠에 내가 속해 있는 것을 알고 내심 신기함을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오래된 고도에 사는 사람들만이 갖는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이름하여 신점골목, 그 한 복판에 자리한 사무실은 약간 썰렁하기도 했다. 무심히 이 일 저 일을 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주마등처럼 바쁘게 흘러갔다. 어느 날인가는 밤샘 작업을 하다 보니 등골이 괜히 서늘해 져서 움찔하기도 했는데 얼마나 책임감이 무서운지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니 훤하게 날이 밝던 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 거리를 신점 골목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동네 이름을 신점거리라고 하려 했다는 통설도 있었다. 내가 왜 이 곳에 왔을까 어느 때는 곰곰이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무엇으로부터 끌림을 당한 것은 사실이리라. 신기한 것은 햇수로 두 해가 번개같이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주변은 이만 저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까페와 식당들, 편의점 등은 도시재생의 가장 뚜렷한 표상이라고나 할까.

이제 파릇한 봄이 물기를 머금어 깊고 푸른 생명의 태동을 알리는 발자국이 하나 둘 나타난다. 살랑살랑 바람따라 봄의 향기가 거리마다 넘쳐나면 더욱 더 이 곳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수원에 살게 된지가 어언 삼십여 년,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이미 큰 아이가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들이 초등학교 육학년이 되었으며 딸아이까지 결혼하여 여섯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대단하다.

알고 보면 수원 시내 한복판에 건축된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성곽건축의 백미로 꼽힌다고 한다. 왕이 나들이 행차 때 머물던 궁이 행궁인데 왕의 휴식처나 능원 참배가 목적이었지만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는 일종의 도피처가 되었다고 한다. 행궁으로 건립했던 우리나라의 여러 성들은 대부분 보존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수원화성이라니 의미가 깊다.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되었으니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성곽 둘레길을 따라 효심이 가득했던 정조대왕의 숨결을 음미하며 걷고 있으면 마치 효심 가득한 사람으로 변모 한 듯 착각이 들기도 함다.

덕분에 수원의 행궁동 일대를 조망하며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다른 일반 도시와는 선연하게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 바로 수원화성은 문턱이 없다는 것이다. 성곽의 전망 좋은 정자에 올라 쉬거나 성곽 주변의 잔디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고, 성 안팎으로 출입하기 위해 만든 4대문과 5암문은 모두 개방되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의 하나이다. 이렇듯 수원화성은 우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좋은 산책길이고 쉼터다. 여기에 서울의 경리단길처럼 행리단길이란 코스로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도 일품이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시민들에게 내어준 수원화성 성곽길의 한 면모다.

이 곳 사람들은 관관객들에게 팔달문에서 시작해 남포루, 서장대, 화서문,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과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시민들도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이곳을 걷노라면 수원시내 한복판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된다며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들을 한다.

수원화성의 정문 역할을 하는 장안문은 그 규모도 웅장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국보1호인 숭례문보다 크다. 광교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수원화성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인 방화수류정을 끼고 화홍문의 7개 무지개 모양 수문을 통해서 수원화성을 빠져나간다.

행궁동 사람들은 어느새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화성행궁을 이야기하고 마치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처럼 주인인양 행리단길에 대하여 저절로 안내를 하고 있을을 알게 된다. 하물며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니 수원에 살게 된 것이 행복하다고 할 수 밖에.

봄이 오는 행궁동의 행리단길을 이번에는 또 누구과 함께 담소를 하며 걷게 될까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 저절로 궁금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