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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망명하는 손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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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망명하는 손들의 계절
  • 권이화 시인
  • 승인 2022.02.2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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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손들은 주머니로 망명한다
한 장갑으로 온 가족이 돌려 맞추는 우리는 손가락이 닮아서
함부로 손을 쓰지 않는다

빙판이 들어간 손목은 봄이 되어야 녹을 것이므로
그제는 동생들의 언 발목이 모닥불을 뒤적이며 연기를 피웠다

유일하게 눈사람 손은 녹지 않는다
툰드라 어디쯤에선 봄이면 녹아 사라지는 하얀 사슴들이 있다고 했으나
하얀 사슴들은 나무의 표피에 가려운 손을 맡겨 놓고 다닌다
하얀 사슴들 일렬로 녹아내리는 봄이 오면
눈사람의 손가락에도 파란 이끼가 자랄 것이다

겨울은 손이 배수로 늘어나는 계절
동생들은 유성의 비행을 따라가고 나는 새점을 친다
새점을 치면 손가락에 날개가 돋아나
새 같은 동생들이 비행하는 우주 한복판으로 비상하는 새가 된다
할머니가 사는 안드로메다는 따뜻한 눈이 온다고 한다

한 손목에서 태어나 뒤뚱거리며 한 겨울을 지내다보면
옮길수록 손이 따뜻해지는 유목민들처럼
장갑을 뚫고 꽃이 피어날 것이다
 

사진제공 인송문학촌
사진제공 인송문학촌

 


권이화 시인
권이화 시인

약력

1961년 경북 안동 출생.

2014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어둠을 밀면서 오래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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