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몸이 있다
왼쪽 귀는 오른 쪽 귀를 만날 수 없고
오른 쪽 눈과 왼쪽 눈이 마주볼 수 없다
돌아보면 어머니와 나는 한 몸이었고
아버지와 내가 한 몸이었고
조선 선조 때쯤 김유 장군과 한 몸이었고,
단군과 내가 한 몸이었고
아담과 내가 한 몸이었기 때문에
오늘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도
한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한 몸이기 때문에 나를
그녀 안에 집어넣고도
내가 그녀의 몸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제 한 몸이라고 부르지 마라
한 몸이라서 만날 수 없는 날이
우리에게 찾아 왔고
한 몸이 아니었던 그녀의 손과 내 손이
온기로 만날 때
딴 몸이 한 몸이 되는 것을 보았다
누구에게나 만날 수 없는
한 몸이 있다
누구에게나 만날 수 있는
한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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