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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그 살이 내 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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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그 살이 내 살인 것을
  • 임성자 수필가
  • 승인 2021.12.3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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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을 추억하며 >

뽀얗게 저물어 가는 저녁나절 창밖 멀리 보이는 앙상한 버드나무 가지 위에 까치집이 왜 이다지도 쓸쓸해 보이는 걸까?
아직도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서일까?
아니면 몇 시간 전의 가슴앓이 때문일까?
두고 오는 아들애의 뒤 어깨를 바라보며 눈물을 안 흘리려 했는데, 지금 차내에서 잔잔한 경음악으로 흐르는 내 슬픔은 더 더욱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람아 군대는 다 그런 거야 그럼 호강하면서 군대 생활하는 건 줄 알아?”

남편의 위로에 난 더 더욱 서럽게 울고 말았다.
아들이 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부대에 두 달 만에 첫 면회를 다녀오는 길이다.
강원도 ○○에서 그것도 제일 추울 때 군에 입대해, 제일 센 부대에서 훈련을 받으면서도 “엄마, 걱정은 절대 하지 말라”던 아들 이였다.

“이 아들은 씩씩한 대한의 국군입니다.”

했었다.

공병대대에 배치된 것도 괜찮고, 일이 심한 것도 괜찮다고 했다.
남편의 친구분이 일부러 전화해서

“정민호 너 군대 가면 아저씨가 잘 있게 해 주마”

했었다. 그런데 마침 그분이 대령으로 있을 당시의 있던 부대고 별을 달고 영전하고선 타 곳으로 갔기에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어디 군대생활을 우리 아이만 하는 것인가, 열심히 근무하다 제대하면
고마운 것을…….
훈련받고 배치된 여덟 명 중 전화병으로 2명, 행정병 3명, 보급병 2명, ‘저만 혼자 공병으로 떨어졌다.’ 생각하니 외로웠던 모양이다.

공병일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남자라면 국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던 아들애는 풀이 푹 죽어 병장의 손에 이끌리어 연병장 끝에 면회 온 사람들 있는 곳으로 와서 우리에게 인계되었다.
차 안에 들어와서는 어깨를 숙이더니 흐느낀다. 뭔가 어색해서 보니 안경도 안 쓰고 눈 아래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엄마, 눈물 보여드려 너무 부끄러워요”

하며 피식 웃는다. 부모를 뵈오니 서러웠던 모양이다.
몇 달 후에 안 일이지만 훈련받고 배치된 부대에서 정해지는 것이 제대할 때까지라고 했다. 그런데 별 달고 나간 남편 친구 부인의 말에 의하면 똥 푸는 일부터 밥하는 일 청소하는 일 모두 거쳐야 좋은 자리로 간다고 했다.
난 그걸 그냥 믿었다. 군인이란 남편 말마따나 호강하러 온 것이 아니고 국가에 충성코자 나갔다면 끝까지 충성을 해야할 것이다. 내가 잠깐 잘못 생각했구나 했다.
그러나 어찌 장교 부인이란 여자가 그렇게 말하여 밖에 사람들
말하는 것처럼 군대가 썩었다더니 참으로 한심하기가 그지없었다.
얼마 안가서 그 장교는 그만 제대 하였다 한다.
그날 면회 갔던 날 군인 애들이 특기 자랑에서 일등하면 부모님이랑 외박을 허용한다고 했다.
아들은 제일 멋지게 노래를 불러서 근처 여관에서 하루를 지냈는데, 그날 밤 난 부대에 가서 싸움이라도 하고 싶었다. 두 다리가 무릎아래 발등까지 먹물 타 칠해 놓은 것 같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남편이

“괜찮아 죽지 않아. 다 그런 거야”

하며 위로해 주는 바람에 참아야 했다.
아들이 제대 후에 들려준 얘기로 상병 한 사람이 그렇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때리고 차고 하더란다.
아들 계급장 놓고 그 상병 산에 올라가 싫컨 패라 했더니

“안돼요.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제가 종가집 장손인데 군대 생활 잘 하다 나가야 해요”

대견하게 말하는 것을 보며 남편이 너희 엄마가 한심스럽다 하니 “엄마니까요” 하고 말았다.
어느날 얼굴을 너무 세게 때려 안경이 깨진 것은 물론 꽁꽁 언 살이 금방 부풀어 오르더라 했다.
그 옆에 있던 상병이

“정민호 얼굴 살쪘구나”

했는데 아픈 것은 고사하고

“충성! 이병 정민호 살쪘습니다.”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또한 가슴이 아팠다

“앉아 있어” 해 놓고

“왜 앉아 있어”

유난히 더 못살게 구는 사람 때문에 군대 생활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친구네 아들은 배치된 부대에서 병장 하나가 하도 심하게 굴어서 죽고 싶다고도 했다.

“야 저기 꽁초 주워 와”

하고는

“그게 아냐 다시 갔다 놓고 와”

해놓고 또 다시 가져오라 하며 구둣발로 차서 그 가냘픈 몸집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 했다.
건빵도 화장실에 가서 꾸역꾸역 먹으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제대할 때까지 친구의 찔끔대는 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웠다고 했다.
그렇게 군대생활을 지나고 제대한 아들 지금은 어엿이 결혼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때의 지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그 살이 내 살인 것을“

어쩌랴…

 


임성자 수필가
임성자 수필가

약력

경기도 화성 출생

1980 “봄이 부르는 소리”로 등단

저서 : 오늘 아침에 까치가 울었거든요
         하얀 목련이 창가에

수상 : 수원시 문화상, 한국예총 예술대상, 한국경기수필대상, 수원문협공로상

前 한국경기수필문학회 회장, 경기여류문학회 회장,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現 한국경기수필문학회 고문, 수원문입협회 이사(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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