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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산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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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산 그림자
  • 황혜란 수필가
  • 승인 2021.12.0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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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등 캘리
이서등 캘리

 가을을 걸었습니다.

 뒷산이 있고 자갈 걷어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 있고 비뚤어진 산길 넘어 호수 같은 저수지 그곳에 광교산 둘레길이 있고 뾰족함도 딱딱함도 없는 산자락이 예뻐서 사람들 발자국 따라 걷고 있습니다.

 물속에 잠긴 산 그림자 속에 마음이 머물고 명치끝을 짓누르는 기억들이 스믈스믈 되살아나고 그 물속에 어머니께서 웃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윤달이라고 문중 산소를 밀례 하여 납골당으로 만들자는 함의 끝에 우리 육 남매도 40여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마지막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모두 모였습니다.

 큰 포크레인으로 봉분은 허물어지고 그 속에 합장된 아버지께서는 뼈만 몇 개 가지런히 남아있고 어머니는 그나마 흔적도 없이 흙만 남아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흙이라도 부모님께 지은 죄 많은 내가 조심스럽게 긁어모아 한 뼘 남짓한 땅에 묻고 잔디로 덮어 드렸습니다. 너무 허망하고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살다가 돌아서서 버둥대는 나 때문에 근심 걱정 엮고 사시며 가슴 쓸어 내셨을 울 어머니, 큰딸이 잘 살아야 동생들도 시집 잘 간다며 등 떠밀며 신음 소리 바람으로 떠 보내셨을 울 어머니, 지금에야 숱한 이야기들 다 잊고 아무렇지 않게 추억을 털고 가을을 털었습니다.

 이따금 거리에 어머니 닮은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나도 몰래 쫓아가 어머니 냄새를 맡으며 킁킁 대봅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즘 김장을 준비합니다. 맛있는 엄마 손 보쌈김치, 갓김치, 앞마당에 묻어둔 시원한 댓잎 동치미, 아버지만 몰래 주셨던 참 간장게장, 모두 한바탕 쏟아지는 그리움을 돌돌 말아 가을걷이 하며 한 뼘씩 키우고 여러 날 묶여있던 고단한 매듭 풀어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가끔 들숨일 때 비밀스러운 귓속말로 이제는 잘 살고 있다고 부디 이 딸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가을 길을 나의 엄마손 꼭 잡고 걷고 싶습니다.


황혜란 수필가
황혜란 수필가

 

 약력

ㅇ 한국문인협회 회원

ㅇ 경기여류문학회 회원

ㅇ 수원문인협회 회원

ㅇ 시인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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