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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떤 하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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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어떤 하루의 가치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1.05.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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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사람들은 흔히 추억이란 말에 그리움을 더한다. 그 추억이 아프고 슬픈 추억이든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이든 다시 되돌려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날을 되짚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십 여 년이 넘는 동안 나는 추억이란 발자국을 나의 뇌리 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현재 살고 있는 현실에 최대한 충실하고 싶었으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한가롭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느끼는 삶의 충격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낙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또 어떤 사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간차를 두고 몰아치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독야청청한 마음으로 굳세게 일어서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면 나의 지난날은 어땠을까.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억이란 단어조차 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을까. 아니 어쩌면 어린 시절이나 좀 더 커서 성인이 되었을 예전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기도 싫었고 하지도 않았다. 혹여 누가 묻기라도 한다면 그 이유를 딱히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답을 할 수 없다고 응답조차 거부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해 보면 그런 이유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추억의 갈피에서 방황하는 자신이 별로 당당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침묵같은 날들을 오로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았지만 마음속에 남겨진 것은 살아 온 원망과 한탄 뿐이었다. 그런 중에 가끔 누군가가 쇠망치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번쩍이는 깨우침이 훅하고 들어 올 때가 있었다. ‘그래 이것이 인생이야’ ‘너도 나도 다 그렇게 살아’ 넋두리라도 하듯 마음속으로 부정의 깃대를 꼿꼿이 들고 혼자만의 판단이 옳은 것인 양 심지만 키울 뿐이었다. 그 뒤통수의 훗맛은 어쩌면 나를 깨우는 일침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적당히 외면하고 적당히 변명하며 딱딱하게 굳어가는 마음의 석회석만 쌓아가면서 어느 덧 인생 후반기에 다다랐다. 결국은 부족하고 나약한 결정과 판단은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지금의 마음 속 멍에만이 앙클하게 남게 되었다. 어리석은 하루하루의 삶은 모자람의 연속으로 덧칠해졌으며 아주 가까운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 되었다. 결국은 스스로 깨우 친 것이 아주 잘 못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허무함과 외로움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 중생의 표상만이 남게 된 것이었다.

며칠 전 지인의 간절한 소망을 따라서 인근도시에 있는 까페를 찾게 되었다. 사람들은 코로나의 두려움도 없는지 삼삼오오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데 찻집은 성황리에 운영이 되고 있었다. 주인은 인심 좋은 얼굴로 아주 진지하고 공손하게 손님을 맞이해 주었다. 함께 갔더 지인은 시인이며 시낭송가다. 불현듯 장시하 시인의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를 나긋한 목소리로 읊조려 주었다.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추색의 주조음처럼 가슴 스며드는 모두가 사랑이더라
봄날 멍울 터트리는 목련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여름날 후드득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겨울날 곱게 가슴에 쌓이는 눈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가도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가도 세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이더라〉 시의 일부.

왜 이제와서 이 시에 꽂히는 것인지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도 모두가 둘러 앉아 이시를 낭송하고 외우기도 했을 때 내 내면의 자아는 앵돌아지며 거부를 했던 기억이 있었다. 채 일년도 안 되어 스멀스멀 생채적 리듬이 시들해 질 때 하필 이런 시기에 주책없는 눈물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생활은 눈꼽만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생각의 어느 시점에서 나는 다시 어디론가 돌아가려 하는지.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 내 자아의 어느 저 편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서서히 커져오기 시작했다. 이제 제대로 나를 위로하는 용기가 생긴 것같아 공여히 우쭐해졌다.

그래, 그렇지, 독백의 초침 속에서 떠 올려지는 말 < 힘들 때는 잊고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법이야>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 주고 누군가가 위로해 주길 바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 보다는 내 스스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것, 그러면서 담담하게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는 그 시가 주는 큰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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