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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나의 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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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나의 아버지 이야기
  • 하봉수 수필가
  • 승인 2021.04.2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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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봉수, 약력, 1946년 경남 진주출생, 《좋은 문학》 등단, 《경기수필》 문학 신인상 수상, 수필집 《인생계단 오르기》,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수필가 협회회원
하봉수, 약력, 1946년 경남 진주출생, 《좋은 문학》 등단, 《경기수필》 문학 신인상 수상, 수필집 《인생계단 오르기》,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수필가 협회회원

불우의 명곡 인순이 편에서 가수 허각이 ‘아버지’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사회자와의 대담 시간에 그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노래 시작 전, 자신이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를 홀로 쌍둥이 형제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한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는 그를 본 순간 나도 그만 울컥해지고 말았다.   

영상을 보면서 나 역시 다시 한번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팔 남매를 키우시고 열한 명의 가족을 돌보면서 사셨다. 더구나 작은아버지가 허리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작은집 식구 다섯까지 챙기셨다. 오래 사시라고 목숨 수(壽) 자와 목숨 명(命) 자로 이름을 지어서 천수를 다하실 줄 알았다. 고된 노동과 제대로 먹지 못하고 끼니를 술로 때우시면서 사시다가 결국은 오십 구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허망하다.

지금도 생각나는 잊지 못할 아버지와의 추억은 나의 소위 임관식이다. 흰 눈이 무겁게 내린 광주 상무대의 연병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연신 눈을 치우고, 눈이 잠시 쉬는 동안 임관식이 거행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소위 계급장을 달아 주러 오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흰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쓰시고 동생들이 만들어준 종이 꽃다발을 들고 오신 것이다. 소위 임관식이 끝난 후 서로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 찾아 헤매던 중 광주 황금동 골목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집안 사정 이야기와 앞으로 장교로서 생활하게 된 포부도 말하였다.

힘든 노동일을 하시면서 팔 남매를 기르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세월의 무게와 힘든 노동에서 오는 고단함을, 그리고 자식이 장교로 임관하는 즐거움과 보람, 뿌듯함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수고했다. 우리 장남.”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고 또 보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지 전에 없이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행복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술도 곧 밥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남자들의 힘든 노동의 피료를 풀어주고 배고픔을 잊게 해 주는 술이 최고라는 뜻이다. 도수 높은 소주 위주로 술을 드시고 술의 힘으로 일을 하셨으니,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을 것이다. 방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군 생활을 마감하기 위해 전역지원서를 내고 고향으로 내러 온 내 마음도 뒤숭숭한 상태에서 아버지의 돌아가심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요즈음 같으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임관식이 있은 지 십 년,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흰 눈이 쌓인 길을 꽃상여를 메고 가면서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그곳에서는 고생 없이 사시라고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보릿고개 시절을 살아오신 아버지 세대는 너무나 어려운 세월을 보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두루 거치면서 힘들게 사셨다. 아버지의 고생을 보답해드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허각의 아버지는 노래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지? 아버지는 나의 임관식에서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번 해본다. 85년생인 허 각의 아버지는 나와 비슷한 세대이다. 46년생의 아버지는 또 다른 궁핍과 핍박의 시대를 그리고 힘든 억압을 견디면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가 없다. 다만 공통점은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세월과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다시 한번 아버지의 묵묵한 자식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워서 아버지와 함께 찍은 빛바랜 임관식 사진을 가족 밴드에 올리면서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고마움을 전한다. 

 

이서등 화가 / 캘리작가
이서등 화가 / 캘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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