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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이 겨울 위로의 햇빛을 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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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이 겨울 위로의 햇빛을 채화하다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1.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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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깊어가는 겨울의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왜 그리 많은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들어달라고 애원하는 듯도 하다가 뾰로통 토라져 투덜거리는 듯도 하다. 계절의 무게만큼 점잖게 있으면 좋겠는데 철이 덜 든 아이처럼 덜그럭 거린다.

세월 탓인가 생각하니 어느새 한 살이 더 올라갔다. 새해라는 이름 앞에 그 좋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거울 앞에 선 초로의 여인이 자꾸만 낯설어 진다. 그 한 살 덕분에 겨울의 소리가 싫지 않고 정겨운 것은 주변에 어린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려나. 한 번은 창문을 내다보며 무슨 일이냐 물어보고 싶어진다.

한참을 소란하게 이리저리 두드려 대더니 좀 잠잠해 지는 듯 해서 창문을 열어 본다. 저만치 비스듬하게 비쳐오는 햇살이 반갑다. 햇살은 언제나 조용하고 고고하다. 가끔 심장을 달구기도 하고 따끔하게 꼬집기도 한다. 햇살에겐 무언의 반항이 고작 땀을 내게 하는 일이다. 겨울의 창가에 서서 그런 햇살을 마주하다 보면 아주 어린시절 눈부신 햇살로 인해 눈을 감고 오색프리즘의 현란함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다시 만나게 된다. 나른하기도 하고 새촘하기도 한 바람의 깃털을 한 줄기 햇살에 얹어 놓고 무심하게 앉아 있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겨울의 편린은 시린 추억을 연상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날들, 떠올리면 올릴수록 낯설고 힘든 기분. 어쩌면 다른 계절의 갈피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앙상한 여운이 배어 있다. 누군가에게 산의 등뼈처럼 딱딱한 모습은 산을 좋아하는 등산가를 보면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더니 의외로 공감의 표정을 지어준다. 모처럼 내가 맞는 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공감의 감정으로 표현한 것일까 헷갈린다.

이제 나는 심각하게 말하던 가볍게 말하던 허기 진 조용함에서 탈피하고 싶어진다. 바람의 소리도 들었고 길게 누워 그 겨울의 소리와 장난질 하는 느긋한 햇볕의 배신도 느끼며 그들의 몸짓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겨울이 깊어가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싫어지고 심지어는 두렵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무섭거나 두렵거나 어둡다는 동질의 느낌은 겨울의 모퉁이를 따라 눅진하게 붙어서 그림자를 길게 누인다. 삭막한 시간은 목을 빼어 물고 누구라도 비명을 지르게 되면 바람의 발자국을 뒤로 한 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외칠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이리 나와 보세요. 마음이 참 시린걸요’라고. 그런데 그 행위는 정확하게 반응으로 나타나 주위를 곁눈질하며 주위를 맴돈다. 마음은 서서히 시린 눈길을 받으며 손을 비비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심지어는 비틀거리려고 준비하는 것 같은 심정인데.

그런데 그 때쯤 변명의 끝 저만치 너무나 살벌한 맹세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쉬운 단어 하나쯤 올려 둔다. 머지않아 눈이 내릴 거라고 ‘조심하세요’라며 위로를 한다.

서슴치 않은 누군가의 행위는 주변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는 수 없이 비틀거리다가 아무것도 아닌 살벌함에 잠시 눈길을 멈춘다.

겨울이 너무 깊으니 정신이 혼미한가. 자꾸만 정지되는 엿 같은 시간들 겨울의 새촘한 어리광이 조금 빨리 왔더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면 그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는가. 아니면 멍하니 혼자 있는 시간에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반응을 즐기기에는 동떨어진 게 아닐까.

시간의 더듬이를 뒤로 하고 그 남자가 웃고 있다. 겨울이라는 남자. 나는 하얀 솜털을 날리며 그 남자 곁으로 다가간다. 문득 남자는 못 본체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빨리 따라가야지요?’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그렇지‘ 불러도 대답 없는 것은 수상하다 못해 놀라운 것이다.

둥근 눈을 뜨고 있지만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이었나 바람이 창문을 심하게 두드릴 무렵 그 즈음 나는 꿈을 꾸었다. 겨울은 어쩌면 시인들같은 마음인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제대로 알아차린 그 순간에.

깊은 침잠은 돌아오는 봄볕의 부리속에서 초록의 선명한 눈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인 것을. 아무리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두껍게 한다고 해도 겨울의 재롱같은 우문의 넋두리는 자신에 차 있는 스스로의 징표라는 것을 어느 누가 깨달았으랴.

겨울의 강물이 갈라지는 눈물소리. 고즈넉한 하늘을 향해 별무리를 본다. 겨울은 더 깊어지고 우울해 져서 다음 해 봄날 여린 잎들을 탄생시킬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다. 정말 제대로 고운 빛깔의 사랑하나 건져 올리고 싶어서.

봄이여! 깊은 어느 겨울날 그대의 부드러운 손을 기다리나니,

어서 오시게나, 겨울의 깊은 침잠을 어루만져 주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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