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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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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하늘은
  • 김용대 수필가
  • 승인 2021.05.2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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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 수필가, 한국수필 등단(199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경기헤럴드 칼럼 연재,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용대 수필가, 한국수필 등단(199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경기헤럴드 칼럼 연재,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입니다. 아이가 그린 하늘에는 흰 구름 두어 조각이 흘러가야 제격이나 그래도 하늘이 티 없이 맑으면 더 좋습니다. 하늘이 없다면 만물이라는 말이 어찌 존재하겠습니까만, 그 위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진정한 바보입니다.

땅에는 풀어놓은 실타래처럼 선을 그어 너 나 없이 더 차지하려 투쟁하나, 하늘은 개인에게 소유할 권리를 주지 않습니다. 하늘은 아이와 아픈 이와 가난한 이를 가리지 않고 감싸줍니다. 심술꾸러기나 악담을 일삼는 이도 욕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하늘을 우러르며 경외심을 갖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답답하여 하소연하고 싶을 때나, 간절한 소망을 말하고 싶을 때도 하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하늘의 색깔을 비경이라 합니다. 항상 대면하고 살아도 물리지 않고 신비하기에 비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그런데 하늘은 희한한 재주를 가졌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별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도깨비 집에 숨어 기척 없다가 어둠을 타고 한꺼번에 초롱초롱 얼굴을 내밉니다. 그중에 반짝이는 꼬마별 하나만 따서 반지에 매달아 손가락에 끼고픈 탐을 내다가 이 무슨 경망스러운 생각인가 하고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 냅니다. 별을 매단 명주실은 그 많은 세월 동안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았기에 주웠다는 사람이 없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도시에는 별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기에 시골 하늘에만 산다고 합니다. 여름밤 마당의 멍석에 아이들이 누워 별 하나 나 하나 세며 시간 가는 줄 모르면 별들도 신이 나서 노란 줄을 그으며 이리저리 뜀박질하면서 즐깁니다. 철수는 별을 세다가 별똥별이 떨어지면 그것에 정신 팔려 다시 세고는 하였습니다. 밤이면 순이네 집에만 불을 못 켜서 순이 엄마가 바느질을 못 하여 동네 아이들이 보름달을 매달아 드리려고 장대 들고 뒷동산에 오른다는 동요가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초등학교 창문을 넘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다 살고 나면 하늘나라로 간다 합니다. 하늘나라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아늑한 향이 배어있답니다. 욕심과 걱정을 다 버리고 갔기에 그곳에는 평화와 행복만이 가득할 겁니다.

하늘은 비를 내리고 덤으로 무지개를 선물로 줄 때도 있습니다. 예쁘게 꾸미기 위해 일곱 가지 물감으로 다리를 놓는데 선생님은 무지개색을 쓰라는 시험을 내어 어린 학생들을 머리 아프게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무지개에는 꿈과 동경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지개를 쳐다보며 곱다고만 하지 다리를 건너보려 하지 않습니다. 한쪽 끝을 꼭 붙잡고 잠자리에 들어 꿈나라로 가면 건넬 수 있는 데도요. 그곳에는 주머니가 구멍 나서 잃어버린 유리구슬이랑 힘센 장수하늘소 하며, 반딧불이도 다 함께 있습니다.

하늘은 달나라에서 금실 좋게 절구질하던 옥토끼 한 쌍의 행방을 알 수 있을까요? 보름달이 뜰 때마다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던 귀여운 옥토끼는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후 영영 숨어버렸고, 이태백이 놀았던 계수나무도 사라져 전설로만 남아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답니다.

하늘은 파랄수록 좋습니다. 해 질 무렵, 백로 한 마리가 바삐 둥지 찾는 모습이 엄마가 들일 끝내고 아기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모습처럼 정겹습니다.

청명한 날, 오솔길을 가던 스님이 삿갓을 벗고 하늘을 쳐다보던 모습이 경이로워 옆을 스쳐 가던 나는 외람되게도 무엇을 보느냐 물었습니다. 스님은 머뭇거리다 하늘을 마음에 담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거룩한 모습에 두 손을 모았습니다. 어릴 적 대보름날 액맥이 하며 띄워 보낸 방패연은 어디쯤 가고 있으며, 초가집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하얀 연기는 어느 하늘에 머물러 있는지 오늘따라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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